미국 대표 모터쇼로 떠오른 ‘LA 오토쇼’의 주인공은 친환경 자동차였다. 지난 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2019 LA 오토쇼’에는 32개 완성차 브랜드가 참여했고, 61종의 신차가 공개됐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지난 몇 년간 미국을 대표하던 디트로이트 모터쇼(북미국제오토쇼)의 위상이 갈수록 약해졌고, LA 오토쇼가 그 빈자리를 차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크라이슬러 등 전통 자동차 제조사의 본고장인 디트로이트보다 정보기술(IT) 업체가 모여 있는 실리콘밸리 인근 LA가 자동차업계에 더 중요해졌다”며 “LA 오토쇼의 인기도 이런 현상을 보여주는 한 사례”라고 말했다.
머스탱도 전기차로 나온다
포드는 머스탱을 기반으로 한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머스탱 마하-E’를 공개했다. 머스탱은 ‘머슬카(배기량과 가속력에 중점을 둔 미국식 스포츠카)’의 대명사로 불리는 차량이다. 첨단 장비나 편의성보다는 엔진의 강력한 성능에 초점을 둔 머스탱의 ‘변신’이었다. 일부 전문가가 “머스탱의 DNA가 사라졌다”고 혹평할 정도로 자동차업계에서는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주행 성능은 고성능 스포츠카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머스탱 마하-E는 460마력의 전기모터를 장착했다. 시속 100㎞까지 3.5초 만에 도달한다.
포르쉐도 순수 전기 스포츠카인 ‘타이칸 4S’를 전면에 내세웠다. 최대 530마력(옵션 배터리를 장착하면 571마력)의 힘을 낼 수 있고, 한 번 충전으로 407㎞(옵션 배터리는 463㎞)를 주행할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4초가 걸리며, 최고 속도는 시속 250㎞다.
아우디는 순수 전기차 ‘아우디 e-트론 스포트백’을 선보였다. 이 차량은 쿠페형 SUV다. 아우디 관계자는 “쿠페의 우아함과 전기차의 특징을 결합한 차량”이라고 강조했다. 양산차 최초로 100만 개가 넘는 마이크로미러를 사용한 ‘디지털 매트릭스 헤드라이트’를 적용했다. 보다 정밀하게 전방을 밝혀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번 충전으로 446㎞를 주행할 수 있다.
BMW그룹의 소형차 브랜드 미니도 첫 순수 전기차 ‘뉴 미니 쿠퍼 SE’를 내놨다. 이 차는 184마력의 힘을 발휘하며, 시속 100㎞까지 6.9초에 도달한다. 1회 충전으로 235~270㎞를 주행할 수 있다.
폭스바겐은 순수 전기차 콘셉트카인 ‘ID. 스페이스 비전’을 공개했다. 공기역학에 최대한 집중해 주행거리를 극대화한 차량이라는 게 폭스바겐 측 설명이다. 82㎾h 용량의 배터리를 얹어 한 번 충전으로 590㎞를 주행할 수 있다.
GM은 한국 생산 차량 전시
현대자동차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SUV 콘셉트카인 ‘비전 T’와 고성능 콘셉트카 ‘RM19’를 선보였다. 비전 T는 현대차의 차세대 디자인 철학인 ‘센슈어스 스포티니스’를 기반으로 만든 일곱 번째 콘셉트카다. 외장 색상으로 무광 그린을 선택해 미래 지향적이면서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나타냈다. RM19는 일반도로는 물론 서킷에서도 민첩한 핸들링을 할 수 있도록 구현한 고성능 콘셉트카다. 기아자동차는 소형 SUV 셀토스와 전기차 콘셉트카 하바니로를 전시했다.
GM은 준중형 SUV 트레일블레이저를 최초로 공개했다. 이 차량은 한국GM에서 개발했고, 한국 부평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GM의 최신 디자인 트렌드를 반영했다. 전면부는 입체적이면서도 강인하게, 지붕 라인은 날렵하게 디자인했다. GM 관계자는 “젊고 역동적인 특징을 강조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GLE 63 AMG’와 ‘GLS 63 AMG’ 등 고성능 SUV를 선보였다. BMW도 고성능차인 ‘M2 그란쿠페’와 ‘M8 그란쿠페’ 등을 전시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