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 열풍에…유럽으로 넓어지는 투자 지도

입력 2019-11-22 17:22
수정 2020-02-20 00:02

서유럽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부동산투자신탁)가 내년 초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투자 대상으로 프랑스,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독일에 있는 사무용 빌딩을 검토 중이다. 아직 국내에는 유럽 투자 리츠가 없다. 이 리츠는 다른 유럽 국가의 부동산도 지속적으로 편입할 계획이어서 ‘초대형 유럽 리츠’가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

서유럽 투자 리츠 내년 상장 예정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마스턴투자운용은 프랑스 등 서유럽 4개 국가의 사무용 빌딩에 투자하는 리츠를 내년 상반기 상장할 계획이다. 매입할 부동산의 가격은 약 5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약 2000억~2500억원을 국내에서 공모를 통해 조달하고 나머지는 현지에서 대출로 충당한다. 상장 주관사는 삼성증권이다.

공모 시기는 내년 1분기로 예상된다. 예상 수익률은 연 5~6%다. 만기가 없는 영속형 리츠로 설립한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모으는 것이기 때문에 거래 상대방의 신용도와 임대수익의 지속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투자 대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국가에 있는 두 개 이상 부동산에 투자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위험(리스크)을 낮추기 위해서다. 이 경우 자금 여력을 고려해 일부는 100% 매입이 아니라 지분 투자를 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리츠 가운데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상품은 세 개뿐이다. 그나마도 모두 사모 형태다. 이들 리츠의 투자 대상 국가는 일본과 싱가포르다. 서구권 투자 리츠는 아직 국내에 없다.

제이알투자운용도 내년 상반기 벨기에 사무용 빌딩에 투자하는 리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 리츠도 공모 형태로 내년 상장을 추진 중이다. 선택의 폭이 크지 않았던 국내 리츠시장에 유럽에 투자하는 공모 리츠가 등장하면 관련 시장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재간접 형태로 운용 편의성 높여

마스턴투자운용은 이 리츠를 재간접 형태로 만들 계획이다. 해당 부동산을 편입한 펀드를 설정한 뒤 다시 이 펀드를 편입한 리츠를 설립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국내에서는 리츠를 회사형으로만 설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형 리츠는 설립과 인가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 사이 해외 부동산 보유자가 다른 투자자에게 자산을 매각할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투자 대상을 펀드로 먼저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재간접 형태로 만들면 새로운 자산을 편입하는 데도 유리하다. 회사형 리츠는 새 투자 대상을 설정하려면 주주총회를 거쳐야 한다. 빠른 결정을 하지 못하면 설립할 때와 마찬가지로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 재간접 형태로 미리 확보하면 이런 우려가 작다. 마스턴투자운용은 이 리츠의 투자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공모 전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현재 자본시장법 시행령상 재간접 리츠는 사모펀드 지분의 10% 이상을 취득하지 못한다. 10%를 넘으면 해당 사모펀드도 공모펀드로 간주돼 각종 복잡한 운용 규제를 받는다. 지난 9월 정부가 이 비율 제한을 없애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연내 시행령 개정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리스크 관리가 해외 리츠 활성화의 관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신한금융투자 등이 판매한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과 KB증권이 판매한 ‘JB 호주NDIS펀드’ 등이 인허가 지연 등의 문제로 손실을 입거나 만기가 연장됐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