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모르지만 자주 가던 상점에서 나에게 환한 미소를 보여준 그녀에게 고백을 하는 상상을 했던 이들에게 본인이 서비스직 종사자라고 밝힌 인물이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A 씨는 "제발 서비스직에 계신 분들께 고백하지 말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A 씨는 "서비스직에 종사하면서 고객에게 고백을 받으면 기분이 어떨까"라고 물으며 "자존심이 많이 상한다"고 자답했다.
A 씨는 "서비스직을 하다 보면 손님들에게 상처를 많이 받는다"며 "감정 소모도 심하고, '진상' 손님도 꽤 있어서 자존감도 낮아진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이 상황에서 고백까지 받으면 기분이 좋기는커녕 '상대방이 내 직업과 내 자신을 쉽게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며 "'껄떡'이 아니라고 하지만, 고백을 받는 입장이나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껄떡'대고 추근거리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휴일에 일해서 남자친구가 속상해하겠다" 등의 말도 하지 말라 달라고 당부했다.
A 씨는 "(남자친구 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유도 질문인 거 듣는 입장에서는 다 알지만 모르는 척하는 것"이라며 "'나에게 호감이 있을 거다', '혹시 잘 될 수도 있는 거잖아', '미인은 용기있는 사람이 얻는 거랬어'라는 자기 합리화로 당위성 만들지 마라. 절대 아니다. 진짜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A 씨의 말에 "예민하다", "세상 힘들 게 산다", "피해의식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지만, "공감이 간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A 씨와 마찬가지로 "서비스직에 종사했다"면서, "아르바이트할 때 누가 봐도 아저씨인데 번호 물어보면 자존심 상하고 짜증나고 징그럽다", "남자친구 있다고 해도 추근거리는 사람 정말 많다", "콜센터에 있었는데 목소리만 듣고 고백하는 사람도 있더라" 등 피해담을 전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몇몇 사람들은 "서비스직 종사자라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할 걸 알고 저렇게 행동하는 것"이라며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면 저렇게 못했을 것"이라고 일침하기도 했다.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과 무관하게 타인을 위해 언행을 해야한다는 점에서 '감정노동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들을 괴롭히는 건 손님들의 폭언, 폭행 뿐 아니라 일방적인 고백과 같은 성희롱도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0월 '감정노동자 보호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돼 고객응대근로자가 필요한 조치를 요구했을 때 해당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되고, 사업주는 감정노동자 스트레스를 실시간 확인·관리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만 한다. 국내 전 사업장에 시행돼 감정노동자의 고통을 방치한 사업주는 중징계를 피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감정노동연구원 측은 "작년 11월부터 지난 1년간 업종별 3000여명 고객응대근로자 대상 감정노동 수준 진단결과 상당수 감정노동자가 고객으로부터 폭언·성희롱·폭행을 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