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는 검찰청 예산 독립 문제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습니다. 야당 의원들은 김오수 법무부 차관에게 당장 직제 개편을 통해 검찰청 예산을 법무부로부터 독립시킬 것을 요구했고, 김 차관은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맞섰습니다.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은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이었습니다. 지 의원은 김오수 법무부 차관에게 “(예결위에서) 검찰청 독립 운영을 의결했는데 차관님께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답을 좀 내놓으시라”고 주문했습니다. 앞서 예결위는 ‘조국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달 22일 전체회의에서 검찰청 예산을 법무부에서 분리하는 제도 개선안을 의결했습니다. 검찰을 법무부에서 독립시켜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현재 4개 청 중에 예산이 독립편성되지 않는 곳은 검찰청 밖에 없습니다.
김 차관은 지 의원의 질의에 “법무부에서 검찰 예산을 편성한 지 70년이 됐다”며 “70년 동안 운영하던 것을 바꾸려면 별도 법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답했습니다.이어 “그 부분을 포함해 저희하고 국회 예산처(예산정책처)하고 기획재정부와 같이 협의해서 법 개정 필요한 것인지 등에 대해서 논의하고 필요하면 입법도 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포화를 퍼부었습니다.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회에서 개선할 것이라고 했으면 개선해야 하지 않느냐”고 따졌습니다. 김 차관은 “바로 개선할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고, 이 의원이 다시 “직제만 바꿔도 된다”고 하자 김 차관은 “직제만으로는 어렵다는 게 검토 의견”이라고 맞섰습니다. 한국당 소속인 김재원 예결위원장도 “다시 한 번 묻는데 정부조직법 개정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뜻이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김 차관이 “법에 분명한 규정을 두고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답하자 김 위원장은 “결산에서 제도개선 사항으로 명백하게 얘기했는데 관례 때문에 안 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질타했습니다.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도를 개선해서 하겠다는 것이지 않느냐”며 김 차관을 거들고 나섰지만 이현재 한국당 의원은 “정부에서 여러 가지 시간을 가지려고(끌려고) 해서 문제”며 김 차관을 계속 질타했습니다. 이 때문에 법무부 예산심사가 잠시 정회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법무부가 25일까지 검찰청 예산 독립과 관련한 추진 계획을 제출하기로 약속하고 다음 사안으로 논의가 넘어갔습니다.
법무부는 검찰이 기소·공소 유지 등 업무를 하는 준(準)사법기관에 해당하기 때문에 예산 독립이 불가하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검찰이 국회를 수사할 수도 있는 마당에, 예산 심사 때문에 국회에 나오면 수사와의 관련성 우려가 불거진다는 논리였습니다. 혹시라도 검찰청 예산 독립에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이런 입장이 반영돼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검찰이 현직 법무부 장관까지 수사를 했던 마당에 법무부의 예산 통제를 받는 것도 역시 같은 문제가 불거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법무부는 지난 9월 이후 피의사실 공표금지, 포토라인 폐지, 공개소환 금지, 직접수사부서 축소 등 수많은 검찰 개혁안을 발표했습니다. 여당은 이에 더해 검사 등 고위공직자 비리를 수사하는 공수처 설치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법무·검찰 개혁위원회는 지난 18일 대검찰청 등 각 검찰청이 감사원의 정기감사를 받을 것을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검찰이 정부 권력으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으려면 예산 등 물적 독립이 필수”라며 “이미 수많은 검찰 견제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와중에 법무부가 혹시라도 예산권에 집착한다면 설득력을 얻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