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이야기] 모바일 쇼핑 시대…오프라인 유통업은 위기감 커요

입력 2019-11-25 09:00
오프라인 리테일(소매 유통업)의 위기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2017년 미국에서는 연 매출 5000만달러 이상인 리테일러 중 26개 브랜드가 파산했다. 중소기업까지 포함하면 2017년 한 해에만 총 662개 브랜드가 파산했다. 영국 역시 패션과 풋웨어 매장을 중심으로 2017년 한 해 5855개 매장이 문을 닫았다. 영국에서는 하루 평균 11개 매장이 문을 열고 16개 매장이 문을 닫았다. 독일과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독일 카르슈타트 백화점은 매장 축소를 결정했고, 프랑스 완구업계의 2위 기업인 라그랑레크레는 2018년 파산했다.

모바일 쇼핑의 증가

모바일 쇼핑의 증가세는 오프라인 리테일러들이 겪는 어려움과 대비된다. 모바일 쇼핑의 증가세는 온라인 쇼핑보다 가파르다.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2016년 전체 온라인 커머스 매출 가운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통한 매출은 34.5%였으나, 이 비중은 2019년 50%를 넘어섰으며 계속 증가해 2023년에는 약 60%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2017년 3분기 기준으로 모바일 디바이스로 상품을 구입한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58%를 기록한 한국이었다. 모바일 쇼핑의 연간 매출이 2014년 10조원을 넘어선 13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2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에서 모바일 쇼핑이 차지하는 비율은 62.7%, 매출은 6조7307억원이다.

스마트폰과 모바일 페이는 이런 모바일 쇼핑의 증가를 견인하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전 세계 가구 중 68% 이상이 한 대의 스마트폰을 보유한다는 통계는 소비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상품 정보를 검색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모바일 쇼핑은 모바일 웹이 아니라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이 주도한다. 앱에 저장해둔 개인 정보 및 결제 정보를 바탕으로 손쉬운 쇼핑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푸시’ 형태의 메시지로 프로모션이 끊임없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소비자의 등장

모바일 위주로 재편되는 리테일 비즈니스지만, 세대를 구분해서 살펴보면 다른 양상을 발견할 수 있다.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동시대를 같이 살아간다는 것은 문화적·역사적 사건을 공유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황지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그녀의 책 <리테일의 미래>를 통해 소비자층을 베이비부머와 X세대, 그리고 Z세대로 구분한다. X세대라 불린 밀레니얼 세대는 1981~1996년 출생한 세대를 의미한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는 전 세계 인구의 약 4분의 1인 20억 명에 달한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들의 구매력과 독특한 소비 특성이다. 이들은 2000년대 중반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가 금융위기로 직장을 잃은 경험이 있고, 물가 상승 및 집값 상승과 같은 시대적 영향으로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세대이다. 이들이 ‘가성비’를 중시하는 이유다.

또한 이들은 정보기술(IT)과 플랫폼에 익숙한 세대다. 청소년기부터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사용한 세대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모바일 쇼핑을 선호한다. 이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또래 집단이나 인플루언서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쇼핑 경험을 공유하고, 스스로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를 통해 ‘마이크로 셀레브러티’를 추구하기도 한다.

Z세대 역시 주목해야 하는 소비자 그룹이다. 1997년 이후 출생자로, 흔히 ‘90년대생’으로 불리는 집단이다. 이들에게 스마트폰은 태어날 때부터 곁에 있었던 산소 같은 기기다. 소비자 집단 중 가장 어리지만 장난감부터 생활용품, 의류 등 전 범위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소비 잠재력은 그 어떤 세대보다 크다. 이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10대에 겪은 세대로, 현실적인 경제관념이 형성된 세대다. 특정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낮고 보다 저렴한 상품 구입을 위해서라면 국내 시장만을 고집하지 않는 이유다. 특이한 점은 이들은 오프라인 매장 이용도가 높다는 점이다. 쇼핑의 경험 자체를 중시하는 세대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경험에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단 이들이 오프라인 쇼핑에서 기대하는 경험이란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즉각적인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디지털 스크린, 증강현실(VR) 등의 다양한 흥미 요소를 의미한다.

리테일 테크와 소비자 가치

리테일 비즈니스는 지금까지는 완전히 다른 소비자 집단을 상대해야 한다. 베이비부머, Z세대와 같은 간극이 큰 소비자 집단의 연결이 필요한 시점이다. 해법은 ‘리테일 테크’라 불리는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가상현실(AR)과 VR, 블록체인을 통한 결제와 공급망 관리 등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고객 데이터와 결합돼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성패는 소비자 선택에 따라 결정된다. 결국 리테일 테크는 다양한 집단의 소비자들이 가진 상위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리테일 비즈니스를 변화시켜 나갈 것이다.

☞ 포인트

새로운 소비자 집단의
등장으로 모바일 쇼핑이
급성장하는 추세

소매점도 IT결합해
가치 창출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