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의 최고급 세단은 단연 7시리즈다. 한국에도 최근 신형 '뉴 7시리즈'가 상륙했다.
6세대의 부분변경 신형으로 이른바 후기형(MK2) 7시리즈다. 운전석에 앉아보니 왜 이 차가 '성공의 대명사'처럼 일컬어지는지 느낌이 왔다. 최고 옵션을 넣으면 2억원에 달하는 차량가격만큼이나 내외관 곳곳에 섬세한 디테일이 살아있었다.
기자는 BMW에서 제안한 시승 코스를 따라 뉴 7시리즈를 주행했다. 전북 완주 아원고택에서 출발해 전남 영광백수해안도로의 한 카페까지 이어지는 150km에 달하는 장거리 코스였다. 해당 구간은 고속도로와 함께 험준한 산을 둘러싸고 있는 구불구불한 도로가 적절히 배치돼 성능을 테스트하기에 제 격이었다.
이번에 시승한 뉴 730Ld xDrive 디자인 퓨어 엑셀런스는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했다. 풀체인지에 해당하는 변화로 고급스러움과 안락함, 다이내믹한 주행성능, 최첨단 주행 보조 기능과 편의 사양을 적용했다.
외부 디자인에서 가장 크게 와닿은 부분은 전 모델에 비해 훨씬 커진 그릴이다. 'BMW 키드니 그릴'이라고 명명된 이 부분은 기존의 에어브리더(공기 흡입 엔진)가 사선에서 수직으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인상을 주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플래그십 세단으로서의 웅장함이 극대화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내 디자인은 BMW의 플래그십 세단인 만큼 공간이 상당히 넓었다.
우선 시야가 확 트여 세단의 단점인 답답한 시야감을 극복한 게 새로웠다. 넓은 면적을 퀼팅 처리한 나파 가죽 시트가 주는 착좌감도 신선했다. 통풍 기능과 메모리 기능을 포함한 전동 조절식 컴포트 시트, 4존 에어컨, 인디비주얼 가죽 대시보드가 적용된 편의성은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
뒷좌석 만족감은 앞좌석보다 컸다. 흔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성공한 CEO가 편안한 여유를 누리는 고급세단 뒷좌석의 느낌을 준다. 다리를 뻗을 수 있는 최대치인 레그룸 사이즈 역시 상당했고 앞좌석 뒤에 붙은 터치 스크린도 눈 앞엔 펼쳐졌다. 리어 콘솔박스에 설치된 터치스크린 모니터로 본인 좌석은 물론 앞좌석의 위치까지 자유롭게 조정이 가능하다.
기자는 실제로 비치된 모니터로 앞좌석의 위치를 조정해봤다. 앞좌석을 전면으로 기울이고 발 받침대까지 내리니 소형 침대 사이즈의 공간이 구현됐다. 최상의 안락함으로 장거리 운전에도 피곤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주행 중에는 BMW가 강조하는 세단으로서의 정숙성이 감탄을 연발하게 했다. 엔진음은 물론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높여도 주행 시 익숙하게 들리는 풍절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악셀과 브레이크 작동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직관적이어서 고성능이 낯설게 느껴졌다. 이는 국내 자동차를 시승할 때 느껴보지 못한 부분이다.
뉴 7시리즈에는 전자제어식 댐퍼와 셀프 레벨링 기능이 적용된 2축 에어서스펜션이 포함된 어댑티브 서스펜션이 탑재됐다. 덕분에 엄청난 속도로 과속방지턱을 넘지 않는 이상 달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힘들 정도로 편안했고 날렵한 핸들링이 마치 얼음 위를 미끄러지는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초행길을 가는 만큼 내비게이션에 더욱 의존할 수 밖에 없었는데 외제차 중에서 가장 영리한 내비게이션 성능을 가졌다는 판단이 들었다. 계기판과 헤드업 디스플레이에만 시선을 고정해도 내비게이션 사용에 문제가 없었다. 아울러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의 부드러움과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가격은 뉴 730d xDrive, 740d xDrive, 745e sDrive 디자인 퓨어 엑셀런스 모델이 각각 1억3700만원, 1억4680만원, 1억4670만원이다. 롱 휠베이스 모델인 뉴 730Ld xDrive, 740Ld xDrive, 745Le sDrive, 740Li xDrive 디자인 퓨어 엑셀런스 모델은 각각 1억4800만원, 1억6290만원, 1억6210만원, 1억6200만원이다.
상위 모델인 750Li xDrive의 가격은 디자인 퓨어 엑셀런스 모델이 1억9700만원, 디자인 퓨어 엑셀런스 프레스티지 모델이 1억9850만원이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