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찬 바람이 부는 요즘 날씨에는 자연스레 따끈한 붕어빵이 생각난다. 그런데 요즘 길거리서 붕어빵 가게를 찾아보기 힘들다. 기억을 돌이켜보면 어제오늘일은 아닌 것 같았다. 실제로 네티즌들은 각종 커뮤니티에서 '우리 동네 붕어빵 가게 위치'를 서로 공유할 정도. 칼바람에 꽁꽁 언 손을 녹여주던 '추억의 음식' 붕어빵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붕어빵 가게를 찾아 헤매다 서울시 양천구의 한 골목길에서 붕어빵을 판매하는 노점상을 찾을 수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들어갔지만 이내 눈을 의심해야 했다. 기자는 오랜만에 붕어빵 가게를 찾는 터라 두 개에 천원이라는 가격표에 놀랐기 때문.
그래도 추위를 떨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3천 원 어치를 시키고 "언제 가격이 이렇게 올랐나?"라고 질문하자 주인 이모씨(68)는 웃으며 "남는 게 없다"고 대답했다.
왠지 모르게 이씨의 말이 무겁게 느껴졌다. 그렇게 이씨에게 "붕어빵 재료들이 예전보다 너무 비싸졌다"라는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붕어빵에 들어가는 주재료는 크게 팥과 설탕 그리고 밀가루다. 23일 농수산유통정보에 따르면 4년 새 팥 도매가격은 약 47% 폭증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원 '참가격'의 정보공시에 따르면 설탕 가격은 대략 15%, 밀가루는 10% 이상(추정치) 가격이 훌쩍 뛰었다.
최근 경기침체에 저물가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상승 수치다. 원재료 가격이 크게 오르자 자연스레 같은 돈을 내고도 소비자들이 받아갈 수 있는 붕어빵의 개수가 줄었던 것.
실제로 관련 관계자에 따르면 가맹점에서 공급받는 반죽과 팥앙금 가격이 크게 올랐고 가스비, 붕어빵을 담는 봉투값 등 기타비용들을 포함하면 '남는 게 없다'며 하소연하는 붕어빵 노점 업주들이 근래 많아졌다고 전했다.
기자는 다음날 밤 서초구에 있는 다른 붕어빵 집을 찾았다. 주인 정 모씨(71) 역시 비슷한 반응이었다. 정씨는 "천 원에 4개 주다가 3개, 2개 주면 손님들이 자주 찾겠냐"면서 "그런데 다들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래서 정씨는 붕어빵 크기를 줄이는 대신 개수를 늘리는 방법을 택하고 있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다고 밝혔다.
학창시절 붕어빵을 자주 사 먹었다던 손님 손모씨(29)는 "어렸을 땐 1000원이면 6개를 살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2~3개밖에 받지 못해 아쉽다"고 답했다. 안 그래도 서민들이 지갑 사정이 팍팍해졌는데 예전보다 붕어빵의 크기가 줄어들고, 같은 돈을 내고도 받을 수 있는 수량이 준다면 굳이 붕어빵을 찾을 이유가 만무할 터.
비싼 재룟값에 한 번, 소비자들이 차츰 붕어빵을 외면하는 것에 한 번 더 붕어빵 주인들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이를 버티지 못한 붕어빵 노점상들은 결국 폐점해야 했다.
가격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붕어빵을 팔다가 이제는 메뉴에서 뺐다는 한 노점상 주인은 "떡볶이는 양념에다 끓이기만 하면 되고, 오뎅, 순대는 물만 끓여도 만들 수 있다"라면서도 "(겨울에만 팔리는데도) 붕어빵은 추운 날이면 반죽이 얼어버린다. 구우면서도 타지 않게 계속 지켜봐야 한다"며 붕어빵을 만드는 데 고충을 토로했다.
'현찰만 받는다'는 손님들의 볼멘소리에 손자에게 물어봐서 카카오뱅크, 인터넷송금을 할 수 있는 계좌까지 써서 메뉴판에 붙여놓은 그였다. 그런데도 이제는 나이가 들어 붕어빵은 손이 많이 가 굽기 어렵다며 떡볶이를 건네는 주인 할머니의 손의 주름에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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