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규모 원금손실을 초래한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S·DLF) 사태에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금소법) 제정안'이 8년 만에 국회의 첫 문턱을 넘었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21일 '금소법 제정안'을 의결, 이를 정무위 전체회의로 넘겼다.
이날 통과한 금소법 관련 법안은 정부 발의안 1건과 의원 발의안 4건 등 총 5개로, 별다른 문제가 없는 한 연내 법안 처리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 제정안은 금융소비자 보호정책을 일관되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현재 여러 법률에 산재한 금융소비자 보호 제도를 포괄해 규정하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 △금융상품판매업자 등의 영업행위 준수사항 마련 △금융소비자정책위원회 및 금융교육협의회 설치 △금융분쟁의 조정제도 개선 △금융상품판매업자 등의 손해배상책임 강화 △금융소비자의 청약 철회권 및 위법 계약 해지권 및 과징금 제도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실질적인 제재나 처벌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없고 일부 규정이 개인의 투자책임을 판매 측에 지운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달 24일 법안소위에서도 이들 세부 사항을 놓고 여야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통과가 불발됐다.
이에 여야는 이날 쟁점 사안이었던 징벌적 손해배상과 집단소송제는 도입을 제외하고, 입증책임전환만 설명의무 위반시 고의·과실에 대해 적용하기로 합의를 이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금융사의 위법행위가 악의적·반사회적일 경우 피해자에게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다.
집단소송제는 금융사와 소비자 간 분쟁이 생겼을 때 일부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해 판결을 받으면, 소송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같은 피해를 본 이들에게도 판결의 효력을 인정하는 법안이다.
이날 법안소위가 열리기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등 시민단체도 성명을 통해 "DLF 사태를 보면 상품을 판매하고 가입한 사람 모두 이해하기 매우 어려운 상품이었지만, 금융사의 내부통제시스템은 작동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금소법이 있었다면 금융회사의 판매행위에 대한 사전규제, 사후구제 등 시스템에 의해 일정부분 소비자보호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요 쟁점에 대해 여야간 합의를 이뤄내 무사히 통과됐으나 아직 법사위, 정무위 전체회의 등 갈 길이 멀다"며 "앞으로 법안 처리가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금소법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2011년 최초 발의가 이뤄진 이후 총 14개 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통과가 번번이 좌절됐다.
최근 대규모 원금손실을 초래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사태를 계기로 금소법 통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한편 ELS는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상품이며 DLS는 그 외 금리, 신용, 원자재, 환율 등을 기초자산으로 활용하는 파생결합상품이다.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기간 정해진 구간에서 움직이면 약속한 수익률을 지급하고 해당 구간을 벗어날 경우 원금 손실을 보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이처럼 투자 위험도가 높은 상품을 마치 원금이 보장되는 안전한 상품인 것처럼 소개해 팔았다는 게 일부 고객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금융당국에 분쟁조정을 신청하거나 법원에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한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한 은행은 올 5월부터 '독일 국채 금리 연계 DLS'를 최소 1억 원 이상씩 사모펀드(DLF·KB독일금리연계전문사모증권투자신탁 제7호)로 판매했다.
해당 펀드는 최근 98.1%의 손실률을 기록했다. 남은 1.9%는 만기 때까지 해지하지 않으면 무조건 주는 쿠폰금리(액면 약정 이자) 1.4%와 일부 자산운용수익 등을 합치면 원금은 100% 날아간다.
방정훈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