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관제 일자리 아닌 시장 일자리 시급" 재확인시킨 소득 통계

입력 2019-11-21 17:35
수정 2019-11-22 00:11
통계청의 ‘3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소득 양극화가 소폭이나마 개선됐다. 하위 20%(1분위) 가구 월소득이 137만원으로 하락세가 2분기째 멈춰섰다. 상위 20%와의 격차도 5.37배로 지난해 동기(5.52배)보다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를 제외하면 2009년 이후 격차가 가장 커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1분위 근로소득이 7분기 연속 감소한 것이다. 3분기 1분위의 근로소득은 44만8000원으로 1년 새 6.5% 줄었다. 최저임금을 다락같이 올렸는데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은 왜 줄어들고 있는가.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득 하위층에서 근로 기회를 잃어가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대의 저소득층이 가졌던 일자리를 상실하거나 새 일자리가 제대로 생기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최저임금을 억지로 올릴수록 그 임계선상의 일자리를 불안하게 하는 역설의 재확인이다. 불황 직격탄을 맞은 자영사업자들이 대거 1분위로 추락한 것도 이 그룹 내 사업소득 증가(11.3%)로 재확인됐다.

결국 1분위의 소득 증가는 이전소득(67만4000원)이 11.4% 늘었기 때문이다. ‘재정 퍼붓기’ 효과다. 지난해 이후 정부는 ‘재정 일자리’ 늘리기에 4조원, 일자리안정자금으로 5조원 넘게 풀었다. 하지만 경기 마중물을 넘어서는 재정 확장을 계속하기는 어렵다.

이번 조사 결과에 정부는 다소 고무된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 정책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포용 성장’ 정책기조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을 외면해선 곤란하다. 저소득층이 변변한 일자리를 구해 나아진 게 아니라, 정부가 재정에서 풀어준 이전소득 지원에 기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런 식의 소득격차 완화가 지속가능할 리 없다. 기업 투자와 시장 기능을 활성화하는 게 정석이다. 관제(官製)일자리가 아니라 시장에서 창출되는 일자리가 생기게 해야 한다. 그래야 의미있는 소득격차 해소가 되고 지속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