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거리 내는 법 좀 알려주세요.”
필드 레슨을 하다 보면 열에 예닐곱은 이런 질문을 합니다. 쉽게 거리를 내는 비법은 당연히 없죠.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니까요. 유튜브에도 넘쳐나는 게 비거리 레슨인데, 늘 거리에 목말라 있는 걸 보면 골퍼들의 ‘거리 사랑’과 ‘지름길 찾기’는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손목 쓸 순서 기다릴 줄 알아야
효율적으로 거리 내는 방법은 꽤 있습니다. 체중 이동과 지면 반력 활용에 이어 늘 강조하는 게 손목입니다. 똑같은 신체구조와 구력, 근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비거리가 20~30%까지 달라지는 게 손목 활용도 차이랍니다.
손목을 잘 못 쓰는 대다수 골퍼의 첫 번째 특징은 ‘손목을 쓰면 안 된다’는 강박입니다. 마치 퍼팅을 하듯 뻣뻣하게 스윙하는 사람들이죠. 망치로 못을 박을 때 팔로만 박는 격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아기상어’ 노래 율동하듯 말이죠. 억울하게 손해 보는 일입니다.
결국 ‘거꾸로 골프’ 때문에 고통받는 겁니다. 손목을 쓰지 말라는 퍼팅이나 그린 주변 어프로치 등 쇼트게임에선 손목을 너무 많이, 또 느닷없이 쓰는 반면 적극 활용해야 하는 롱게임(특히 드라이버)에서는 손목을 너무 안 쓰거나 잘 못 쓰는 거죠.
두 번째는 손목은 쓰지만 ‘제때’ 쓰지 못하는 부류입니다. 하체(엉덩이)리드-몸통회전-팔회전-손목코킹풀기의 순서가 잘 맞아야 하는데, 하체나 몸통이 앞장서기도 전에 손목을 먼저 앞장세우는 경우입니다. 비거리가 제법 나는 사람들도 팔과 손목만 혹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더 낼 수 있는 걸 놓치는 겁니다. 부상으로도 연결되기 십상입니다. 세 번째는 손목을 잘 못 쓰는 그룹인데, ‘스쿠핑(scooping)’ 동작입니다. 퍼올리려는 동작은 골프에서 쓸모가 별로 없는 동작입니다.
손목 기여도를 높이기 위해선 최소 두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하나는 백스윙 톱에 이르기 전 이미 하체리드가 시작돼야 하고(그래야 손목에 힘이 안 들어가고 코킹이 더 오래 유지됨), 또 다른 하나는 코킹을 유지한 상태에서 오른쪽 팔꿈치가 옆구리에 붙어 몸통이 회전하는 겁니다. 임팩트 직전에 손목을 강하게 푸는 동작을 힘 안들이고 할 수 있는 열쇠입니다. 손목을 풀 최적의 타임을 최대한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참지 못하면 일찍 손목이 풀리는 ‘캐스팅(casting)’이 나오는 거죠. 다양한 문제적 구질의 원인입니다.
한 손 스윙 연습 손목강화 굿!
‘당신 최고!’라고 말하듯 엄지척을 한 뒤 엄지손가락을 내 몸쪽으로 최대한 가깝게 잡아당겨 손목을 굽히는 게 코킹이라면, 얼굴에 땀이 날 때 손바닥으로 부채질하는 동작을 ‘힌지(hinge·경첩)’라고 편의상 부르죠. 미국 등 외국에선 둘 다 힌지라고도 한답니다.
이 두 가지는 아마추어도 대략 따라 합니다. 하지만 아마추어들이 가장 못하는 게 세 번째 손목동작, 즉 ‘외전(外轉)’이죠. 프로와 아마추어의 가장 명확한 차이도 이곳에서 확인된답니다. 엄밀히 따지면 손목회전이 아니라 팔뚝의 회전이죠. 왼팔뚝(오른팔뚝)이 반시계방향(시계방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말하는데, 이건 연습하면서 느껴보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저는 한 손으로 클럽을 잡고 하프스윙을 하면서 손목의 이런 세 가지 움직임을 몸에 익혔습니다. 손목 쓰임을 잘 이해했다면 이번엔 팔도 함께 휘둘러보고, 그다음엔 몸통까지 결합해 스윙하는 식으로 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겁니다.
힘 안들이고 손목을 활용하려면 역설적으로 손목 힘을 길러야 합니다. 클럽을 들고 헤드로 허공에 동그라미를 그리듯 빙글빙글 돌리는 동작은 손목 유연성에도 좋답니다. 이것도 번잡하다면 손목을 흔들어 푸는 스트레칭이라도 꾸준히 하길 권합니다.
김영 < 골프 인스트럭터·방송 해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