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리사손’ 사장은 평소 나비넥타이를 즐겨 맨다. 착용도 편하고 다양한 색상을 즐길 수 있어서다. 리사손 사장의 나비넥타이를 보고 있으면 리스크 관리의 ‘보 타이(bow tie) 기법’이 생각난다. ‘리스크-사고-손실’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리스크 평가기법이다. 그 프로세스를 나비넥타이 모양으로 간추려 붙은 이름이다. 리사손 사장은 평소 리스크 관리에 관심이 많다. 수출시장의 환경 변화, 해외 거래처 관리, 환율 변동, 공장 운영, 주주 관리 등 당면한 많은 리스크를 어떻게 제대로 관리할지 항상 고민한다.
리스크(risk)의 어원은 이탈리아 말 ‘risicare’ 로, ‘위험을 무릅쓰다’란 뜻이다. 일찍이 지중해를 중심으로 해상무역에 나섰던 이탈리아 상인들은 폭풍, 좌초, 해적 등 많은 위험과 맞서야 했다. 그들이 이런 위험이 두려워 해상무역을 접었다면 16세기 이전 이탈리아 도시국가의 지중해 무역 성공사는 인류 역사에 없었을 것이다.
리스크는 위험과 기회의 양면을 지닌 개념이다.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위기(危機)’가 맞다. 중국에선 오래전부터 부정적인 결과만 가져오는 위험(危險)과 더불어 풍험(風險)이란 말을 썼다는데, 그 풍험이 리스크를 뜻한다. 즉 리스크는 부정적인 결과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관리했을 때 긍정적인 결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우리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위험에 더욱 신경써야 마땅하다. 여기서 ‘리스크-사고-손실’의 메커니즘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사고에 따라 비즈니스에 손실을 일으키는 리스크들은 전략적 리스크, 사업 리스크, 운영 리스크, 준법 리스크 등으로 분류된다. 또 비즈니스에서 발생하는 여하한 사고는 인적(people)사고, 사업장(premises)사고, 프로세스(processes)사고, 상품(products)사고의 4P 유형에 속한다. 사고에 따른 손실의 형태도 다양하다. 재무적 손실, 인프라 손실, 평판 손실, 시장 지위 손실 등이다. 어떤
리스크로 인해, 어떤 사고를 통해, 어떤 손실이 가능한지를 미리 분석하고 대비하는 것이 비즈니스 리스크 관리의 기본이다.
40년 넘게 리사손 사장은 나름 비즈니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왔다. 창업 초기 사업 아이템의 선정, 수출과 내수의 비중 조정, 수출시장의 다변화, 외환위기 극복, 공장 시설의 해외 이전, 외환 관리, 신제품 개발, 신시장 개척 등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를 한 덕분이다. 대외환경 악화와 경기침체로 그의 비즈니스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내재화된 리스크 관리 역량 덕분에 위기를 너끈히 극복할 것이다. 그의 나비넥타이가 오늘따라 유난히 돋보인다.
장동한 < 건국대 국제무역학과 교수·아시아태평양보험학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