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마사요시(한국명 손정의)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이 주거래 은행인 미즈호은행을 비롯한 일본 주요 대형은행들과 3조원이 넘는 대규모 추가 대출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 2분기(7~9월)에 소프트뱅크그룹에 7조원이 넘는 손실을 안긴 주범이었던 투자기업 위워크의 경영재건을 위해 63억달러(약 7조3955억원)규모의 신규 자금수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초저금리 상황에서 마땅한 대출처를 찾지 못했던 일본 은행들 입장에선 유용한 수익원이 생길 수 있는 기회입니다. 하지만 이미 소프트뱅크그룹이 꼬박꼬박 이자를 내고 있는 금융권 부채만 5조5000억엔(약 59조5155억원)에 달하는 등 부담도 적지 않아 선뜻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사히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그룹은 미즈호은행 등 일본 대형은행들과 3000억엔(약 3조2499억원)규모 대출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의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를 운영하는 위컴퍼니의 경영재건을 위해 63억달러의 신규 자금수요가 발생할 예정이어서 이에 대비하기 위한 것입니다. 앞서 소프트뱅크그룹은 위컴퍼니 기존 주주들에게 최대 30억달러 어치 주식을 사들이기로 지난달 결정한 바 있습니다. 또 위컴퍼니에 대한 출자비율을 높일 계획인 만큼, 33억달러를 출연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수중에 2조엔이 넘는 자금을 확보하고 있지만 위워크에 들어가는 자금수요가 워낙 큰 만큼, 자금수요 일부를 은행 차입으로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손 회장은 한 때 직관에 따른 과감한 투자로 알리바바, 야후재팬 등에 투자해 ‘대박’을 내면서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렸지만 최근 들어선 위워크, 우버, 플립카트, 슬랙 등 대규모 투자기업들이 잇따라 부진한 성과를 거두면서 코너에 몰린 상황입니다. 특히 위워크가 대규모 손실을 보면서 올 2분기 영업이익이 7043억엔(약 7조4793억원)적자를 기록하는 창사 이래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손 회장은 실적설명회에서 올 들어 소프트뱅크 주주가치가 여전히 증가했고, 비전펀드의 누적실적도 나쁘지 않다고 장황하게 해명했지만 시장을 제대로 설득하진 못했다는 평가입니다.
일본 대형은행들은 소프트뱅크그룹의 대규모 자금 대출 요청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초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는 일본 은행권에게 소프트뱅크그룹의 대형 대출 요청은 귀중한 수익창출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다만 이미 미즈호은행, 미쓰비시UFJ은행, 미쓰이스미토모으행 등 일본 3대 은행들은 소프트뱅크그룹에 거액을 빌려주고 있는 상황이어서 추가로 리스크를 부담하는 것에 신중한 모습입니다. 소프트뱅크그룹 입장에서도 이미 이자부담을 지고 있는 부채가 5조5000억엔에 이르는 상황에서 부채가 더 늘어나면 연 이자지급 규모만 수천억엔대에 달할 수 있어 대출을 늘리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닙니다.
일단 소프트뱅크그룹측은 “은행권 추가 대출은 선택사항의 하나며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공격적인 투자행보를 보여 왔던 손 회장이 큰 난관을 만나면서 소프트뱅크그룹의 자금흐름도 원활치 않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승부사’ 손 회장이 직면한 위기를 어떻게 넘겨 나갈지 그 결과가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