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불황' 비켜간 18조 이미지센서 시장…삼성 추격에 소니 떤다

입력 2019-11-20 10:47
수정 2019-11-20 10:49
반도체 불황기에도 불구하고 전자기기의 '눈' 역할을 하는 이미지센서 시장이 가파르게 크고 있다.

카메라를 2개 이상 탑재하는 '멀티 카메라' 스마트폰이 많아지면서 수요가 늘고 있는 데다, 자율주행차, 보안 카메라, 스마트 TV 등에서 활용되고 있어서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일본 소니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빠르게 뒤쫓고 있다.

20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이미지센서 시장 규모는 155억달러(약 18조122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9% 증가한 161억달러(약 18조8240억원)를, 오는 2023년에는 수요가 더 많아져 244억달러(28조528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지센서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을 디지털 신호로 바꿔 또렷한 시각 정보로 만들어주는 반도체의 일종이다. 최근 스마트폰에 2개 이상의 카메라가 적용되는 멀티 카메라 스마트폰이 많아지면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또 주변 상황을 정확하게 감지해야 하는 자율주행차, 보안 시스템 카메라, 스마트 TV 등의 산업에도 이미지센서가 필수적으로 활용되고 있어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산업이 본격화돼 시각 정보를 데이터화 하는 작업이 시작되면 10년 뒤 이미지센서 시장은 현재의 메모리(D램·낸드플래시 등) 시장과 맞먹는 수준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시장은 세계 시장 점유율 49.8%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 소니가 장악하고 있다. 방송 및 전문가용 고성능 이미지센서를 앞세운 소니의 이미지센서 매출은 소니의 다른 모든 제품 매출을 웃돈다.

소니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연합군'이 이미지센서 시장을 빠르게 키우자 내년 약 12조4000억원을 추가 투자해 격차를 벌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 비전을 내걸고 그 선봉장으로 이미지센서를 지목했다. 장기간 연구개발이 필요한 시스템반도체 중에서도 그나마 가장 빠르게 결과물을 낼 수 있는 분야라서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1억800만화소 제품까지 공개하며 소니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화소수로만 보면 소니보다 앞선 것이다. 소니 이미지센서는 아직 4800만 화소에 머물러 있다.

화소 수가 많으면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이미지로 담아내 초고해상도로 촬영하는 것이 가능하다. 어두운 환경에서도 밝고 선명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도 화소 수가 많은 이미지센서의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전략적으로 이미지센서 사업에서 협력하면서 소니와의 격차를 줄이고 있다. 산업용 시장과는 달리 모바일 이미지센서 시장에선 소니(26.1%)와 삼성전자(23.3%) 격차가 미미하다.

중국 샤오미는 이미 삼성 6400만 화소 이미지센서를 차기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탑재하기로 공식화했고, 중국 오포도 삼성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샤오미는 최근 삼성전자의 1억800만화소 제품인 '아이소셀 브라이트 HMX'도 개발 단계부터 협력했다.

SK하이닉스는 후발주자지만 메모리 개발 역량을 무시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SK하이닉스는 현재 1600만 화소 제품을 생산하고 있고, 내년에는 소니와 같은 4800만 화소까지 제품 라인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