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공기 정화하는 '더 뉴 그랜저'…외모보다 빛난 내면

입력 2019-11-20 09:49
수정 2019-11-20 09:50


하반기 국내 준중형 세단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예상되는 현대자동차 플래그십 모델 '더 뉴 그랜저'가 대중에게 전격 공개됐다. 먼저 타본 더 뉴 그랜저는 이목을 집중시켰던 외부 디자인보다 내부 공간감과 정숙성에 더욱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현대차는 지난 19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자동차 출입 기자단과 현대차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미디어데이'를 열었다. 이 날 공개된 더 뉴 그랜저는 사실상 신차급 변경이라는 말이 나온다. 왜 그러한 평가가 나오는지 더 뉴 그랜저를 샅샅이 뜯어봤다.

◆ 더 커진 내부 공간…고급스런 인테리어

더 뉴 그랜저의 가장 큰 특징은 전 모델에 비해 차량 크기가 커졌다는 점이다. 보통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디자인 일부분과 편의 사항이 보태지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더 뉴 그랜저는 전장이 4990mm로, 기존 모델보다 60mm 길어졌고 휠베이스(축간거리)와 전폭은 기존 대비 각각 40mm, 10mm 늘어나 2885mm와 1875mm에 달했다. 상당히 넓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타본 더 뉴 그랜저의 진가는 차 크기가 커진 만큼 내부에 있었다. 실내는 고급스러운 소재와 첨단 기술이 조화를 이뤄 안정감을 줬다. 넓고 길게 뻗은 수평적 디자인은 마치 고급 라운지에 앉아있는 듯한 인상을 구현했으며 전자식 변속버튼(SBW)과 고급 가죽 소재가 적용된 센터콘솔, 64색 앰비언트 무드 램프와 현대차 최초로 탑재된 터치식 공조 컨트롤러가 고급스러운 감성을 높였다.


무엇보다 시원한 시야 확보가 가능했고 세단의 느낌을 뛰어넘는 공간감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아이를 키우지만 SUV의 높은 승차감에 거부감을 느꼈던 소비자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동급 최고 수준의 12.3인치 클러스터(계기판)와 12.3인치 내비게이션이 경계가 없는 심리스(Seamless) 형태로 구성돼 모니터 두 대를 앞에 두고 운전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그만큼 직관적인 시선 처리가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뒷좌석의 안락함도 공간이 커진만큼 만족스러웠다. 다리를 쭉 뻗어도 충분한 레그룸이 확보됐다. 뒷좌석에서 오디오를 조작할 수 있는 리모컨과 USB 포트 등이 장착된 암레스트도 고급감을 높였다.


외장의 변화는 전면과 후면부 모두 두드러졌다. 전면부에는 보석을 연상케하는 '파라메트릭 쥬얼(Parametric Jewel)' 패턴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LED 헤드램프, 주간주행등(DRL)을 일체형으로 배치해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을 완성했다. 기존 디자인을 계승 발전한 후면부는 더욱 얇고 길어진 리어램프를 통해 낮고 안정적인 인상을 추구했다.

◆ 공기정화 첫 탑재…내면 더 빛났다


현대차 관계자는 시승하기 전 최첨단 편의·안전사양에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요청했다.

더 뉴 그랜저에 최초로 탑재된 공기청정 시스템이 미세먼지 감지 센서와 마이크로 에어 필터로 구성돼 넓어진 공간감에 쾌적함을 더한다는 것이다. 기자는 실제로 주행 중 이 시스템을 가동, 주행하는 동안 공기 상태를 체크했다. 출발할 때 '보통'을 가리키던 센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좋음' 단계로 공기를 정화했다. 두통이 심한 운전자들이 굳이 바깥 공기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지 않아도 됐다.

또한 2세대 스마트 자세제어 시스템은 장시간 주행 시 럼버 서포트(허리 지지대)를 네 방향으로 자동 작동시켜 척추 피로를 풀어주는 사양이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교차로 대향차(FCA-JT) 기술도 주목할만하다. 이 기술은 교차로에서 좌회전할 경우 마주 오는 차량과 충돌하지 않도록 위험을 방지해준다.

후진 가이드 램프는 그동안 럭셔리차급에 주로 적용됐던 사양으로 차량 후진 시 LED 가이드 조명을 후방 노면에 비춰 보행자와 주변 차량에게 차량의 후진 의도를 전달한다. 이 기능은 꼭 밤 뿐만 아니라 오히려 낮에 더욱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기능이라는 판단이 섰다.


엔진은 ▲2.5 가솔린 ▲3.3 가솔린 ▲2.4 하이브리드 ▲3.0 LPi 등 총 네 가지 엔진 라인업으로 출시됐다. 기자가 운전했던 3.3 가솔린 모델 같은 경우 최고출력 290마력과 최대토크 35.0kg·m을 발휘해 1670kg의 차체를 여유 있게 잡아끌었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을 할 때 직관적이라는 느낌은 부족했지만 일정 속도 이후 악셀을 밟자 앞으로 치고 나가는 힘이 상당했다. 오르막 길에서도 힘에 부치지 않고 가속력을 유지했다.

주행 모드를 달리하자 가속 성능의 변화가 몸에 와닿았다. 컴포트나 에코 모드가 조용함이 강점이라면 스포츠모드로 놓고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몸이 뒤로 젖혀질 정도로 빠르게 튀어 나갔다.

주행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역시 정숙성이다. 더 뉴 그랜저는 아무리 속도를 높여도 시끄러운 엔진음이나 노면 소리가 귀에 거슬리지 않았다. 성능에서 기본으로 돌아가 만들었다는 현대차 관계자의 말처럼 세단의 공식에 충실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느껴졌다.

◆ 전면 그릴 플라스틱 등 '옥의 티'



아쉬운 '옥의 티'도 있었다. 후방 트렁크 위로 도톰하게 솟아난 샤크 테일(상어 꼬리) 디자인이 그랬다. 전반적 미래지향적 디자인을 추구한 더 뉴 그랜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물론 호불호는 있겠지만 수년 전 고급 세단의 유행이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가장 자신감있게 내세운 전면부 그릴이 플라스틱 재질이란 점도 그랬다. 그랜저가 현대차의 플래그십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고급스런 멋을 저해하는 듯 했다.

구매자의 성향과 판단에 맡긴다. 판매가격은 ▲2.5 가솔린 3294만~4108만원 ▲3.3 가솔린 3578만~4349만원 ▲2.4 하이브리드 3669만~4489만원(세제혜택 후) ▲일반 판매용 3.0 LPi 3328만~3716만원으로 확정됐다.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모델의 트림 별 차량 가격은 ▲프리미엄 3294만~3669만원 ▲익스클루시브 3681만~4012만원 ▲캘리그래피 4108만~4489만원이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