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한진그룹 지배구조와 관련 “독식할 욕심이 없다. 형제끼리 잘 지내라는 게 선친 말씀”이라고 19일(현지시간) 밝혔다. 또 “대한항공의 비용구조가 상당히 높다”며 “비용절감과 구조조정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이날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단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20일 열리는 코리아소사이어티 연례만찬에서 선친인 고 조양호 전 회장을 대신해 벤플리트상을 수상하기 위해 미국에 왔다.
그는 조 전 회장의 지분을 모친과 남매들이 나눠 상속받은 데 대해 “선친이 지난 1월 갑자기 건강이 안좋아져서 의사소통이 잘되는 상황이었다”면서 “유언장 없었기 때문에 법적 상속비율대로 상속을 받게됐다”고 말했다. 상속으로 한진칼 지분은 장남인 조 회장이 2.32%→6.46%,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29%→6.43%, 차녀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2.27%→6.42%,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0%→5.27% 등으로 바뀌었다.
조 회장은 시중에 회자되는 ‘가족간 상족분쟁설’에 대해 “작년 12월 선친께서 누나랑 동생, 어머니랑 협조하고 대화해서 (경영을) 결정해 나가라고 말씀하셨다”며 “제가 독식하고자 하는 욕심도 없으며 형제들끼리 같이 잘 지내자는 뜻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10%를 인수한데 대해선 “장기적 투자 관점에서 들어온 것이고 의논한 적이 없다”면서 “델타에 물어봤는데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말해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델타는 조인트벤처(JV)에는 지분투자를 해왔다”며 “내년 3월 주주총회 때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항공운송 사업과 그와 관련된 사업 외에는 관심이 없다. 대한항공이 자리를 잡도록 정리할 것이 좀 있을 것 같다”며 “그룹 비용절감 및 구조조정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비용구조를 들여다봤는데 상당히 높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년에 경제가 굉장히 안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대한항공의 턴어라운드를 내후년 초 정도로 예상했다. 조 회장은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관계가 쉽게 개선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내 환경도 어수선하고 상당히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이 포함된 HDC그룹으로 정해진 데 대해선 “기존 경쟁 구도가 그대로 갈 것 같다. 큰 변화가 없을 것 같다”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좋아질 테니 저희도 빨리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지난 4월 회장에 취임했다. 그는 “한진은 그동안 보수적이었는데 조금 더 젊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가 취임한 뒤 한진그룹은 복장자율화, 회의 간소화, 점심 탄력시간제 등을 실시하고 있다. 조 회장은 “내년 여름에는 반바지에 크록스를 신고 출근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직원들이 익명으로 민원을 올리는 온라인 신문고에 일주일에 두번씩 들어가서 문제 해결을 챙기고 있다.
조 회장은 한진그룹의 미래에 대해 “운송 하나에 집중해서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항공 관련 정부의 규제가 지나치게 복잡하다고 토로했다. 조 회장은 델타와 만든 JV외에도 “가능하다면 (다른) 조인트벤처도 모색 중”이라면서 “저희도 하고 싶고 상대도 하고 싶어 하는 데가 많은데 국내법상 한계가 있어 주저하고 있다. 완전히 엮이는(결합된) JV가 아니더라도 협력은 가능할 것 같아 모색 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가족 관련 여러 스캔들을 겪은데 대해 “너무 좀 부끄러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다”면서 “금방 신뢰가 회복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천천히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과거 한진해운의 파산과 관련해 “앞으로 한국에서 그런 해운에서 다시 만드는 거는 불가능할 것”이라며 “국내 수출업체들이 부담하는 화대만 크게 올랐으며 부산에서 미국으로 가던게 중국을 거쳐서 가야해 운송 속도도 느려졌다”고 지적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