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상가에 스타벅스 입점시키고 싶다면 ○○부터 봐라"

입력 2019-11-26 09:40
수정 2019-11-27 15:01

“상가에 스타벅스를 입점시키겠다고요? 꿈 깨세요.”

26일 만난 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사진)는 “상가 투자는 입지가 뛰어나다고 무조건 성공하진 않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같은 위치, 같은 업종이라도 인근 유효수요의 주(主)동선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는 의미다. 이를 가려낼 안목부터 키우지 않는다면 스타벅스는커녕 분식집조차 들이기 힘들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GS리테일과 홈플러스 등에서 신규점포 개발을 담당하던 그는 부동산업계의 손꼽히는 상권분석 전문가로 통한다. 최근엔 직접 발품을 팔아 수집한 지역별 ‘상권 매출지도’를 완성했다. 다음달 24일 열리는 ‘집코노미 부동산 콘서트’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김 대표를 미리 만났다.

▶경기는 가라앉고 공실은 날마다 늘어난다는데 상가에 투자해도 되나.

“소매점 영업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안 좋다. 내수 침체에다 최저임금 인상이 겹쳐 양극화가 진행될 것이다. 편의점을 예로 들면 하루 매출 150만원이 안 되는 곳들은 문을 닫겠지만 이들이 폐점하면서 오히려 하루 200만원을 벌던 곳들의 매출은 250만~300만원으로 오른다. 왜 150만원이 기준이냐고? 일매출이 150만원이면 한 달 기준 4500만원이다. 여기에 가맹점 수수료 73%를 제하고 아르바이트 임금까지 빠져나가면 점주가 손에 쥐는 건 280만원꼴이다. 이럴 땐 가게 문 닫고 사장도 차라리 다른 곳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게 더 많이 번다.”


▶살아남는 상가는 어떤 곳인가.

“지도를 통해서 보자. A편의점과 B편의점은 같은 사거리에 들어섰다. B편의점이 사거리에서 가까워 더 잘 될 것 같다. 하지만 A편의점은 원래부터 하루 220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B편의점은 150만원도 벌지 못하다가 문을 닫았다. 동선의 차이 때문이다. A편의점은 서측에 있는 단지 출입구부터 횡단보도까지 동선이 연결되지만 B편의점은 해당 단지 주민들의 동선과 멀다. 남측에 있는 1000가구 정도의 단지만 유효수요였기 때문에 살아남지 못했다. 결국 B편의점이 문을 닫으면서 A편의점은 반사이익으로 매출이 올랐다.”

▶호재가 터져서 입지 가치가 변하는 곳도 있나.

“대표적인 게 철도망 등 교통호재다. 서울의 경우 당분간 경전철이 이슈가 될 것이다. 가장 최근 개통한 우이신설선 사례를 보자. 우이신설선을 역간 거리가 700~800m로 일반 지하철(1.3~1.4km)보다 촘촘하다. 역이 개통했을 때 새롭게 역세권 효과를 보는 지역이 그만큼 좁다는 의미다. 선형은 기존 4호선 노선 옆에 평행으로 뻗는다. 원래 4호선을 타러 이동하던 동선 중간에 우이신설선 역이 뚫린 것이라면 유효수요는 기존 대비 크게 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C빵집과 D편의점의 경우엔 어떨까. 이곳 주민들이 4호선을 타려면 기존엔 동문을 나와 걸어가야 했지만 경전철이 서문 앞에 뚫리면서 동선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 때문에 경전철 출입구 앞 C빵집은 경전철 개통 두 달 만에 하루 매출이 270만원이 되면서 전년 대비 130만원가량 늘어났다. 반대로 경전철 동선에서 벗어난 D편의점의 매출은 오히려 감소했다. 역이 신설된다고 해서 무조건 없던 수요가 생겨나는 게 아니라 반대로 줄어들 수도 있다.”

▶상가 투자자들의 꿈은 스타벅스를 입점시키는 건데 요령이 있을까.

“일반 스타벅스 매장은 이미 끝물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도심 매장의 임대료는 비싼데 인건비는 계속 오르면서 손익이 나빠져서다. 재계약을 하더라도 매출에 따른 임대료지급률을 낮추는 상황이다. 반대로 드라이브스루 형태의 점포는 늘어나고 있다. 스타벅스 입점을 노린다면 도심 일반 매장보단 교외 드라이브스루 형태 점포가 유리할 수 있다. 구도심에서 고속도로 나들목(IC) 진출입이 이어지면서 1000㎡가량 되는 땅이 대체로 선호되는 자리다. 차량으로 지나가며 주문할 수 있는 공간과 주차 공간이 필요하다. 도심 드라이브스루 점포의 경우 매출은 안정적이더라도 투자로선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땅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상가에 입점시킬 업종별로는 어떤 걸 눈여겨봐야 할까.

“프랜차이즈의 경우 브랜드별로 최소 요구하는 배후수요가 있다. 예컨대 베스킨라빈스는 배후수요를 4000가구 정도로 보지만 던킨도너츠는 6000가구가량이다. 같은 자리라면 베스킨라빈스를 입점시켰을 때 더 안정적이다. 최소로 요구하는 수요가 더 적기 때문이다. 술을 팔지 않는 프랜차이즈라면 고민이 필요하다. 떡볶이집 등은 점포를 들이긴 쉬워도 객단가가 너무 낮다. 최근 추세는 1층일 경우 100㎡ 이상 상가를 필요로 한다. 더 좁을 경우 주방 등의 공간을 떼고 나면 테이블 숫자가 10개 미만으로 떨어져서다. 고깃집의 경우엔 테이틀 14~15개는 있어야 한다. 한 테이블당 단가가 6만원 정도로 하루 2.5회전을 해야 본전을 건질 수 있다. 특정 시간대에 몰리는 업종이기 때문에 이 같은 점도 고려해야 한다.”

▶매수와 경매 가운데 어떤 방법으로 상가를 사야 하나.

“일장일단이 있다. 경매로 나온 물건의 열에 아홉은 투자하면 안 될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입지를 가려낼 안목이 필요하다. 일반 매매의 경우 매각 차익을 남기기는 어렵다. 시세대로 주고 사서 월세를 버는 정도다. 또 매매의 경우 요즘 뜨는 ‘00길’ 등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대부분 ‘먹자상권’이어서 앞으로 확장성이 어둡다. 상권 자체가 테이블장사로만 이뤄져 있다면 매출 증가에 한계가 있고 이 때문에 임대료도 무한정 오르지 못한다.”

▶좋은 자리를 찾으려면 무작정 발품부터 팔아야 정답인가.

“우선 지도를 통해 상권별 유효수요의 범위를 파악하라. 이용자들이 어느 길로 다닐 것인지부터 알고 상권의 성격을 파악해야 한다. 신도시 상가의 경우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아무 데나 불려가서 도장부터 찍고 계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럼 백전백패다. 지도를 통해 동선을 먼저 머릿속에 그린 뒤 현장답사를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김종율 대표의 상권별 매출지도는 12월 4일 오후 1시부터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리는 ‘집코노미 부동산 콘서트’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참가신청은 한경닷컴 홈페이지(event.hankyung.com/seminar/jipconomy191204/)에서 가능합니다. (02)3277-9986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