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 마법 아니다…전통 기업에 맞는 혁신 전략 찾아야

입력 2019-11-20 17:23
수정 2019-11-21 01:44
2016년 첫 디지털비즈니스포럼을 개최한 뒤 3년이 흘렀다. 국내에서는 대다수 기업이 디지털 혁신을 시도하는 등 이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다만 AT커니의 조사에 따르면 전통기업의 디지털 혁신 프로젝트 중 75~80%가 긍정적인 재무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디지털 혁신과 관련해서는 아마존, 구글, 우버 등 기술 기반 신생기업의 성공 사례가 주로 언급된다.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훨씬 전 설립된 전통기업과 이들 기업을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아무리 훌륭한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다 해도 오랜 기간 지속해온 경영 방식과 리더십, 조직 문화 등을 함께 바꿔나가지 않으면 실질적인 성과가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지털 기술을 마법처럼 여기고 유행을 따라가듯 도입하기보다 전통기업에 맞는 혁신 전략과 접근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조직과 문화, 인적 역량 측면의 변화를 어떻게 끌어내는지가 기술보다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180년 전통의 프랑스 에너지기업 슈나이더일렉트릭은 성공적인 디지털 혁신기업으로 꼽힌다. 전사 조직인 ‘디지털 서비스 팩토리’를 꾸려 사업부문(BU)별로 아이디어와 전략을 통합 관리하고, 디지털 기술 적용 프로토콜을 표준화했다. 비즈니스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프로젝트는 중단하고, 효과가 검증된 아이디어를 우선 지원하는 방식도 채택했다. 모든 BU와 아이디어를 공유해 더 좋은 결과를 내고, 초기 단계부터 핵심 고객을 참여시킨 점도 눈에 띈다. 이런 혁신으로 슈나이더일렉트릭은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산업화까지 2~3년 걸리던 과정을 1년으로 단축했다.

중국의 하이얼은 1984년 파산 위기까지 겪었지만 장루이민 회장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에 힘입어 세계 1위 가전기업으로 떠올랐다. 장 회장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고객 경험을 중시하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문화를 사내에 정착시켰다. 하이얼의 스마트 제조 플랫폼인 ‘코스모 플랫’은 고객이 새로운 제품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이얼은 이를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콘텐츠 있는 냉장고’ 등 창의적이며 고객 중심적인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였다.

이들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 창출로 이어지는 디지털 혁신을 위해서는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고 혁신을 리드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디지털 혁신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변화 관리에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Seungyong.Cho@atkearne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