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럭셔리 스포츠카 브랜드 마세라티가 대표 차종인 그란투리스모를 단종시켰다. 스포츠카를 수제작하던 공장도 철거하기로 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마세라티는 최근 공식 트위터에 'MMXX'라고 적인 티저 이미지를 공개했다. 로마자로 2020을 의미하는 MMXX를 내걸고 2020년 전동화 시대가 시작됨을 알리는 의미다.
이와 동시에 대표 차종인 그란투리스모와 그란카브리오를 단종시켰다. 마세라티는 마지막 그란투리스모 차량에 '제다'라는 이름도 붙였다. 마세라티 본사가 위치한 이탈리아 모데나 방언으로 제다는 알파벳 'Z'를 의미한다. 철자가 'Zèda'로 끝을 의미하는 'Z'와 시작을 의미하는 'A'가 담겨 내연기관 시대의 종말과 전동화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뜻을 담았다.
마세라티는 2020년부터 출시하는 모든 모델에 전기모터를 탑재한다. 필요에 따라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또는 순수전기차(EV)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전동화 장치가 탑재된 첫 모델은 엔트리카인 기블리로 예정됐다. 내년 5월경 기블리 하이브리드 모델이 공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란투리스모와 그란카브리오가 단종되며 1914년 창업 후 매일 12대씩 스포츠카를 수제작해왔던 모데나 공장도 함께 폐쇄된다. 그간 사용했던 생산설비를 모두 철거하고 전기 스포츠카 생산 공장으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마세라티가 파격적인 변화에 나선 이유는 환경규제에서 찾을 수 있다. 유럽연합(EU)의 자동차 이산화탄소(CO2) 배출 허용량 규제가 내년부터 급격히 강화된다. CO2 배출 허용량은 현재 130g/km에서 내년 95g/km으로 줄고 2050년 10g/km으로 지속 강화된다.
강화된 환경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막대한 벌금도 내야 한다. CO2 배출 허용량을 맞추지 못한 기업은 2021년부터 1대당 초과된 배출량 1g/km마다 95유로의 벌금을 내야 한다.
높은 출력을 내는 스포츠카는 일반 승용차에 비해 환경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기에 제조사가 벌금을 감당하기 어렵다. 단종된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의 CO2 배출량은 275g/km로, 생산을 지속할 경우 대당 1만7100유로(약 2215만원)의 벌금이 붙는 셈이다.
마세라티 외에도 다양한 스포츠카 브랜드가 전동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는 브랜드 최초 양산형 하이브리드 슈퍼카 '페라리 SF90 스트라달레'를 국내 공개했고 포르쉐도 2012년부터 파나메라 하이브리드를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네덜란드, 노르웨이,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는 퇴출 조치를 각각 준비하고 있다"며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고 평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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