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단식투쟁을 선언했다. 황 대표는 이번 단식투쟁을 '총체적 국정실패 규탄을 위한 단식투쟁'으로 명명했다.
황 대표는 20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죽기를 각오하겠다. 더이상 무너지는 대한민국의 안보와 민생을 두고 볼 수 없다"면서 "웃음도 희망도 사라져버린 대한민국을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의 추위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황 대표는 여권이 지소미아 폐기를 강행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등 검찰개혁 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을 강행 처리하려는 데 대해 비판했다.
황 대표는 우선 지소미아에 대해 "지소미아는 대한민국 안보에 있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사안이다. 일본과의 경제 갈등을 지소미아 폐기라는 안보 갈등으로 뒤바꾼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미국까지 가세한 더 큰 안보전쟁, 더 큰 경제전쟁의 불구덩이로 대한민국을 밀어넣었다"면서 "일본과 미국이 가세한 경제?안보 지각변동은 대한민국 일터와 기업, 해외투자자들을 요동치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수처 법에 대해서는 "공수처법은 힘있는 자, 고위직을 법에 따라 벌주자는 선의의 법이 결코 아니다.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에 반대하는 자, 문재인 정권의 안보정책에 반대하는 자, 그리하여 자기 직을 걸고라도 대한민국을 구하고자 하는 사람들, 그들을 탈탈 털어 결국 감옥에 넣겠다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연동형 비례제에 대해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은 결코 한국당의 유불리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제가 목숨을 건 단식을 통해 이 말도 안되는 선거법을 막으려 하는 것은 내년 선거 몇 석을 더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라고 했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 국정 대전환을 촉구했다. 황 대표는 이러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단식을 할 예정이다.
다음은 황 대표가 이날 발표한 대국민 호소문.
단식 투쟁을 시작하며 드리는 대국민 호소문
국민 여러분!
저는 더 이상 무너지는 대한민국의 안보를 두고 볼 수 없습니다. 더 이상 무너지는 민생을 두고 볼 수 없습니다. 더 이상 무너지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절체절명의 국가위기를 막기 위해 저는 이 순간 국민 속으로 들어가 무기한 단식 투쟁을 시작하겠습니다. 죽기를 각오하겠습니다.
곧 다가올 겨울의 삭풍을 생각하며 저는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영원한 겨울로 들어가 더 이상 어떤 꽃도, 어떤 나무도 자라지 않는 대한민국, 그리하여 웃음도 희망도 사라져버린 대한민국을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의 추위 따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국민 여러분, 2년 반 전 국민의 많은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탄식과 분노가 문재인 정권을 뒤덮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야기합니다. 지소미아가 내 생활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공수처법과 선거법은 여의도 국회 담장 안 힘있는 자, 권력을 가진 자들의 아귀다툼일 뿐 내 생활과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가
저는 단식의 시작에 앞서 이런 의문을 가지고 계신 국민 여러분께 먼저 간곡한 호소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소미아는 대한민국 안보에 있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사안입니다. 일본과의 경제 갈등을 지소미아 폐기라는 안보 갈등으로 뒤바꾼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미국까지 가세한 더 큰 안보전쟁, 더 큰 경제전쟁의 불구덩이로 대한민국을 밀어넣었습니다.
일본과 미국이 가세한 경제?안보 지각변동은 대한민국 일터와 기업, 해외투자자들을 요동치게 할 것입니다.
그 충격은 우리 가정의 현관문을 열고, 우리 안방까지 들어올 것입니다. 다른 누군가의 문제가 아닌 우리 국민 개개인의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한 줌의 세력만을 바라보는 정치를 해왔습니다. 국민을 편 가르고, 분열을 조장해 왔습니다.
자신들이 20대 언저리에 꿈꾸었던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국가, 사회 건설을 향해 지금 이순간도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것을 위해 행정부를 장악했고, 사법부를 장악했고, 이제 남은 마지막 퍼즐이 바로 공수처법입니다. 공수처법은 힘있는 자, 고위직을 법에 따라 벌주자는 선의의 법이 결코 아닙니다.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에 반대하는 자, 문재인 정권의 안보정책에 반대하는 자, 그리하여 자기 직을 걸고라도 대한민국을 구하고자 하는 사람들, 그들을 탈탈 털어 결국 감옥에 넣겠다는 악법 중의 악법입니다.
문재인 시대의 반대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반대자들은 모조리 사법정의라는 이름으로 처단하겠다는 법이 바로 공수처법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를 ‘좌파 독재법’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은 결코 자유한국당의 유불리에 관한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목숨을 건 단식을 통해 이 말도 안되는 선거법을 막으려 하는 것은 내년 선거 몇 석을 더 얻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은 국민의 표를 도둑질해서 문재인 시대, 혹은 문재인 시대보다 더 못한 시대를 만들어 가려는 사람들의 이합집산법이며, ‘자신들 밥그릇 늘리기 법’입니다.
지난 2년 반 동안 제 귀에는 국민들 삶 속에서의 생생한 비명들이 들려 왔습니다. 그런데 이 정권과 그에 야합한 세력들의 연합으로 국회를 장악하고, 개헌선까지 넘어서는 것을 어떻게 양심을 가진 정치인으로서 두고볼 수가 있겠습니까?
지난 2년 반도 이토록 고통의 절규를 한 국민들에게 어떻게 이와 똑같은 세상을 25년, 50년, 100년을 더 살라고 말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목숨을 걸고자 하는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정치인 제1의 사명은 국민들께서 정치를 전혀 신경쓰시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죄송하고 또 염치없는 부탁의 말씀을 드려야만 합니다. 저들이 바라는 것은 바로 국민들의 무관심입니다. 내 일이 아니다, 자유한국당의 일일 뿐이다, 광화문 광장 사람들의 일일 뿐이다, 라고 생각하기를 저들은 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앞서 말씀드렸듯이 지소미아 파기, 공수처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의 패스트트랙 처리는 우리 삶과 가장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일이자 바로 우리 모두의 오늘의 일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이자, 대한민국의 존립이 달린 일입니다.
국민 여러분, 나의 일, 우리 아이의 일, 나의 미래, 우리 아이의 미래의 일로 이 문제들을 생각하고 바라봐 주십시오.
저 황교안의 오늘의 단식이 대한민국을 지키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는 절실한 단식이라는 점을 헤아려 주십시오.
그동안 국회에서의 싸움은 어렵고 힘들었습니다. 야당이 기댈 곳은 오로지 국민 여러분밖에 없습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지소미아 파기 철회, 공수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 이 세 가지를 요구합니다.
대통령께서 자신과 한 줌 정치세력의 운명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운명, 앞으로 이어질 대한민국 미래를 놓고 결단을 내려주실 것을 저는 단식으로 촉구합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단식을 시작하며 저를 내려놓습니다. 모든 것을 비우겠습니다. 국민의 명령인 자유한국당의 혁신, 반드시 이루어 내겠습니다.
혁신이 멈추는 순간 당의 운명도 멈춘다는 각오로 뼈를 깎는 혁신에 임하겠습니다. 당을 쇄신하라는 국민의 지엄한 명령을 받들기 위해 저에게 부여된 칼을 들겠습니다. 국민의 눈높이 이상으로 처절하게 혁신하겠습니다.
자유와 민주를 사랑하는 모든 시민들께 호소합니다. 문재인 정권의 망국(亡國) 정치를 분쇄하려면 반드시 대통합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대통합 외에는 어떤 대안도, 어떤 우회로도 없습니다. 자유민주세력의 대승적 승리를 위해 각자의 소아를 버릴 것을 간절히 호소합니다.
저는 이제 무기한 단식을 통해 소아의 마지막 자취까지 버리려고 합니다. 저에게는 이제 자유민주세력을 살리고 나라를 살리고 싶은 소명의식밖에 남은 것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저와 자유한국당이 새 시대를 담아낼 그릇으로서 부족했던 여러 지점들을 반성하고,
국민들께서 명령하신 통합과 쇄신의 길을 열어갈 수 있도록 단식의 과정 과정마다 끊임없이 성찰하고 방법들을 찾아내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을 구하고 국민을 지키기 위해,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경제안보를 되살리고자 하는 이 길에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격려를 간곡히 호소합니다.
감사합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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