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단] 중국도 반정부 시위의 예외가 아니다

입력 2019-11-19 18:09
수정 2019-11-20 00:14
중국은 최근 10년 넘는 기간 동안 세계 경제 성장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중국 경제가 험로를 지나고 있어 이 같은 성과가 지속될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중국의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은 ‘중진국 함정’을 근거로 든다. 경제발전 초기에는 순조롭게 성장하다가 중진국 수준에 와서 성장이 장기간 정체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다. 중국도 이제 더 이상 가난한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일정 수준이 지나면 단순히 자본을 축적하는 것만으로는 성장을 지속할 수 없다. 이젠 혁신을 통해 성장을 이뤄야 한다. 그러나 중국 같은 중앙집권적 경제 체제에서 혁신은 쉽지 않은 일이다.

중국은 기업들의 부채 부담도 큰 상태다. 이들 기업의 매출이 줄어들면 부채를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은 고령화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는 산업 역량을 강화하기보다 사회 서비스를 늘리는 데에 우선 투자할 수밖에 없고, 결국 성장률을 둔화시킬 것이다. 서비스 부문은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과 무역전쟁 전면전에 돌입할 위험도 아직 남아 있다.

지금껏 열거한 걱정거리는 다소 뻔한 감이 있다. 정말로 우려할 만한 위험 요소는 중국의 사회·정치적 불안이다. 일부는 중국에서 정권과 정책에 대한 대규모 항의 움직임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한다.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지속적으로 중국인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고 있는 데다 국가 안보당국의 권력이 공고해서다.

그러나 최근 각국의 사회 양상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프랑스의 ‘노란조끼’ 시위가 대표적인 예다. 처음엔 경유와 휘발유에 대한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는 집회로 시작했지만 점차 경제적 불평등을 비판하는 시위로 번졌다. 에콰도르에선 정부가 긴축 정책을 발표하자 격렬한 시위가 일었다. 학생, 노동조합, 원주민 등이 주도한 시위대는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가 생활고를 겪는 이들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칠레에서 이어지고 있는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도 초반엔 지하철 요금 인상안이 불씨였다. 그러다 경제적 불평등, 교육 정책, 연금 등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시위로 커졌다.

이들 시위는 공통적으로 생활수준에 대한 기대가 바탕에 깔려 있다. 이 기대가 이전보다 높다는 게 특징이다. 사람들은 생활수준이 나빠져서 분노하는 게 아니라 정부가 국민의 삶을 더 낫게 만들겠다는 약속을 못 지킨 것에 항의하고 있다.

중국에도 사회 불안을 가져올 수 있는 요소가 곳곳에 있다. 높은 부동산 가격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이 30배로 상당히 높다. 비율 수치를 집계하는 95개국 중 상위 5위 수준이다. 반면 신생아 사망률 등 사회 서비스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는 소득 수준에 비해 낮은 편이다. 특정 계층·지역별 불만 요소도 있다.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등장한 이른바 ‘개미족’들은 경제적 사다리가 걱정거리다. 고학력자지만 저소득 직업을 전전하며 도시에서 궁핍하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빈곤율이 높은 서부에 사는 이들은 지역 간 격차에 불만을 갖고 있다. 도시 개발구역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이들은 재산권을 놓고 우려한다.

만일 이런 이유로 향후 중국에서 대중의 불만이 고조될 경우 해외 투자자들은 곧바로 자금을 뺄 것이다.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면 중국 당국은 금융통제 강화에 나설 것이고, 이는 중국이 추진 중인 금융 개방과 런민비(인민폐) 국제화 계획을 지연시킬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증가도 타격을 받는다. 이런 식으로 경제가 나빠질 경우 대중의 생활수준은 더욱 기대에 못 미치게 될 것이고, 이 때문에 또 다른 불만이 나오는 악순환에 빠져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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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