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우려 표명에도…홍콩 경찰, 시위대 최후보루 접수

입력 2019-11-19 17:37
수정 2019-12-19 00:31
홍콩 경찰이 시위대의 ‘최후의 보루’로 불리는 홍콩폴리텍대를 봉쇄하고 강경 진압에 나서 수백 명을 연행했다. 이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가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강경파인 크리스 탕을 새 경찰청장으로 임명해 무력 진압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내보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은 홍콩폴리텍대와 다른 대학에서 시위자와 경찰 간 대치를 포함해 홍콩에서 정치적 불안정과 폭력이 심화하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불안과 폭력은 법 집행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며 “중국 정부가 자유 측면에서 홍콩 시민에 대한 약속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는 “전 세계는 미국이 (홍콩의) 용감한 여성과 남성을 지지한다는 얘기를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들어야 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인 의견 표명을 요구했다.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도 홍콩 사태 격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법 집행 당국의 균형 잡힌 대응을 촉구했다. 마야 코찬치치 EU 집행위 외무 담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어떤 폭력도 용납할 수 없으며 법 집행 당국의 모든 행위도 엄격하게 균형 잡힌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과 독일 정부도 폭력 자제 및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홍콩 경찰은 19일에도 홍콩폴리텍대 전면 봉쇄를 유지하고 ‘고사 작전’을 펼쳤다. 전날엔 음향대포와 물대포 등을 동원한 강경 진압에 나서 수백 명을 연행했지만 이날은 교내에 진입하지 않았다.

전날 진압 작전 도중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사했고 시위대는 불화살을 쏘는 등 홍콩폴리텍대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다행히 실탄 사격으로 인한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교내에 남아 있는 강경 시위대는 유서까지 작성하고 결사 항전을 다짐했다고 전했다.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침사추이, 몽콕 등 홍콩폴리텍대 인근에선 시민 수천 명이 학생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였다.

18일과 19일 학생 상당수 중 일부는 교내를 빠져나와 경찰에 투항했고 일부 학생은 경찰 포위망을 피해 건물에서 밧줄을 타고 인근 고속도로로 탈출했다. 시위대의 탈출 시도는 최루탄을 쏘며 이를 막는 경찰에 의해 대부분 저지됐고 이 과정에서 400명 이상이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오후엔 추위와 배고픔, 피로에 지친 시위대 대부분이 투항해 홍콩 경찰이 이틀 만에 홍콩폴리텍대를 접수했다. 홍콩 경찰은 10대는 주민번호를 적고 사진만 찍은 채 보내줬지만, 성인 시위자는 곧바로 체포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국무원은 이날 홍콩의 새 경찰청장에 강경파인 탕을 공식 임명했다. 시위대에 대한 경찰의 강경 진압이 한층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탕 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폭력 시위가 테러리즘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폭도들이 더 과격하고 급진적이 되도록 내버려두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홍콩 고등법원이 전날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한 ‘복면금지법’에 위헌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중국은 강력 경고하고 나섰다.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법제업무위원회 대변인은 “홍콩특구 법률이 홍콩 기본법에 부합하는지는 전인대 상무위원회 판단과 결정에 달렸고 다른 어떤 관련 기관도 이를 판단하고 결정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