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홍콩 시위대에 중국 경찰이 실탄까지 발사하는 등 준전시 상황까지 치달은 가운데, 중국의 비민주적 대응을 규탄하고 홍콩 시민들에게 연대와 지지를 표하는 한국 대학생들에 대한 일부 중국 유학생들의 위협이 최근 지나칠 정도로 커졌다. 대자보를 훼손하고, 이를 막는 한국 대학생들에게 몸다툼을 벌이는 것은 물론 '성희롱'과 '협박'까지 일삼고 있다. 자칫 한국 대학생들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18일 홍콩 지지 단체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께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문관에는 한 대학생의 얼굴과 함께 "나는 화냥x"이라며 악의적으로 합성한 게시물이 붙었다. 해당 여학생은 13일 외대 교정에 붙었던 '홍콩 대학생 차우츠록,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사망. 홍콩 항쟁에 지지를!'이라는 홍콩시민 지지 대자보가 훼손돼 이에 항의하다 중국 유학생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사진을 몰래 찍힌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이 게시물은 철거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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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는 중국 유학생들이 외대 대자보 작성자의 면전에서 대놓고 성희롱을 당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해당 게시물에 따르면 "중국 유학생들로 추정되는 학생들이 중국어 욕설과 영어 욕설로 낙서하는 것을 발견해 항의하자 저(대자보 작성자)와 제 친구를 앞에 두고 중국어로 조롱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 유학생들이 게시글 작성자를 핸드폰카메라로 사진과 영상 등을 찍었고, 이에 항의하자 한 중국 유학생이 나서 한국어로 "너가 얼굴이 예뻐서 찍는다"고 면전에서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자보를 찢는 소극적 수준에서 그치던 일부 중국인 유학생들의 위협 행동은 갈수록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다.
아예 중국인 유학생들이 홍콩 지지 시위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한국 학생에 대한 협박하는 정황까지 포착됐다. 외대에 재학중인 한 홍콩 출신 유학생은 중국 유학생들의 '위챗' 단체대화방에서 오간 대화를 공개했다. 대화 내용은 "(대자보 붙인 한국인한테) 밤길 조심하라고 문자해라", "인문관 홍콩 지지하는 대자보 있는 것 같아" "본다면 바로 찢어 버려", "난 이미 두 번 찢었어" 등이었다.
이에 한국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대자보를 의도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는 학생자치가 지향하는 가치에 전면으로 반하는 비민주적행위"라며 "폭력적 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성명서를 냈다.
학교 측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학생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최근 대학가에서는 홍콩을 지지하는 한국 대학생들과 중국 유학생들의 대치가 날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연세대와 고려대 등에서는 홍콩 시위 지지 현수막이 중국인 유학생으로 추정되는 이들에 의해 훼손되는 일이 잇따랐다. 홍콩 시민들에게 연대와 지지를 표시하기 위해 서울대에 설치됐던 '레넌 벽'도 이날 훼손된 채 발견됐다. 서울대 측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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