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K뷰티 부활' 남 얘기…한국 로드숍 '냉가슴'

입력 2019-11-19 13:46
수정 2019-11-19 18:51

과거 K뷰티 호황의 한 축이던 길거리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들이 올 3분기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큰손'인 중국인 수요가 럭셔리 화장품에만 몰린데다 화장품 오프라인 판매가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 중심으로 재편된 여파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비수기에 속하는 3분기 점포를 비롯한 유통망 축소와 함께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 매출이 줄었고, 재고 부담이 늘어 이익도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신생 온라인 화장품 브랜드의 공세도 실적 부진 요인으로 꼽힌다.

로드숍 시장점유율 1위(지난해 말 매출 기준)인 이니스프리는 아모레퍼시픽그룹 계열사 중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과를 냈다. 이니스프리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보다 각각 10%, 46% 감소한 1301억원, 79억원에 그쳤다. 이니스프리와 함께 로드숍 계열사인 에뛰드는 79억원의 영업적자를 내 적자 기조가 이어졌다. 매출은 16% 줄어든 399억원을 거뒀다.

박현진 DB투자증권 연구원은 "에뛰드와 이니스프리의 매출 감소 추세는 기존 점포의 효율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으로 풀이된다"며 "온라인 브랜드들의 시장 진입으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위에 서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돼 실적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지난 3분기 연결 기준으로 8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3분기(영업손실 131억8700만원)보다는 영업적자 규모를 줄였다. 매출은 947억원으로 30% 늘었다.

잇츠스킨을 보유한 잇츠한불 역시 연결 기준으로 올 3분기 7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별도법인 기준으로는 4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더마케어 브랜드 네오팜(영업이익 51억원) 외에는 중국법인(영업적자 2억원) 등의 부진이 지속됐다.

토니모리도 3분기 영업손실 21억원을 기록해 적자 기조를 이어갔다. 매출은 6% 감소한 413억원을 기록했다. 점포수 감소와 재고 관련 일회성 비용 반영 탓이란 지적이다.

신수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토니모리의 3분기 실적은 당사 추정치를 밑돌았다"며 "3분기 비수기를 맞아 매출 기여가 높은 로드숍 매장의 폐점이 많았던 탓으로 고정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토니모리 뿐 아니라 다른 로드숍 브랜드들 매장수도 감소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더페이스샵 공식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LG생활건강 계열 더페이스샵 매장(가맹점 및 직영점)수는 현재 705개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804개보다 100개 가까이 급감한 수준이다. 2016년 말 1138개에 달했던 매장수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더페이스샵 매장수가 지난해 말 대비 22% 감소했으나 대부분 자사 브랜드 상품을 모아놓은 편집숍 '네이처컬렉션'으로 전환됐다"며 "더페이스샵과 네이처컬렉션 합산 매장수는 지난해 말 대비 6% 감소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반면 멀티브랜드 채널 확장 흐름을 활용한 로드숍 브랜드의 경우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계열 에스쁘아는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에스쁘아는 직영점을 축소한 대신 H&B '올리브영' 입점과 신제품 출시 효과로 매출액이 27% 증가했고, 2분기에 이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흑자로 전환됐다"고 분석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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