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파격적인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것에 대해 당내에서는 난데없는 '유승민 배후설'이 제기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자유한국당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이 당으로는 대선 승리는커녕, 총선 승리도 이뤄낼 수 없다. 무너지는 나라를 지켜낼 수 없다.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다. 생명력을 잃은 좀비같은 존재"라고 당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창조를 위해서는 먼저 파괴가 필요하다. 깨끗하게 해체해야 한다. 대의를 위해서 우리 모두 물러나야 할 때다. 황교안 당 대표님, 나경원 원내대표님 두 분이 앞장서시고 다 같이 물러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한 한국당 관계자는 김세연 의원과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의 친분을 거론하며 "유 의원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함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유 의원은 한국당과 통합하면 황 대표 들러리로 전락할까봐 우려하고 있다. 그렇다고 통합을 안 하면 사실상 내년 총선에서 전멸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유 의원은 한국당이 해체되고 제3지대에서 뭉치는 그림을 원한다. 김 의원이 어제 주장한 내용은 유 의원이 원하는 그림과 정확하게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국당은 조국 사태 전까지만 해도 유 의원 측에 ▶통합시 한국당 이름을 바꾼다 ▶황교안 대표 체제를 해체하고 비상대책위(비대위) 겸 총선 선거대책위(선대위)를 구성하며, 황교안-유승민 등 야권 차기 대선주자가 함께 참여한다 ▶총선 공천은 당내 경선이 아니라 국민여론조사 방식으로 한다 등의 파격적인 통합 조건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당 지지율이 상승한 뒤인 지난 10월에는 ▶황 대표 체제는 유지한다 ▶유승민 등은 비대위가 아닌 선대위에 참여한다 ▶공천은 외부인사로 구성된 공천위원회에서 한다 등의 조건으로 후퇴했다.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한편 김 의원은 유 의원과 함께 바른정당을 창당했다가 지난해 1월 한국당에 복당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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