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화가 박수근(1914~1965)은 길바닥에 앉아 물건을 파는 사람들을 많이 그렸다. 6·25전쟁으로 피폐해진 시대에 좌판과 행상을 벌인 사람들을 통해 삶의 절박함을 묘사했다. 생계를 꾸리기 위해 좌판을 벌인 그림 속 사람들은 가난하지만 가족을 위한 사랑으로 가득했다.
1960년에 완성한 ‘좌판 가족’ 역시 어린 자식을 끼고 길거리에 앉아 물건을 파는 부부의 뒷모습을 따뜻하게 포착한 대표작이다. 가족을 등장시켜 전쟁이 할퀴고 간 빈곤한 사회를 은유적으로 암시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장의 화려한 색채들은 사라지고, 세 사람의 무채색 풍광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다. 2014년 가나아트센터가 기획한 ‘박수근 탄생 100주년 기념전’에 처음 공개돼 주목을 받았다.
화강암 같은 질감도 돋보인다. 박수근은 우리나라 석조미술품에서 아름다움의 원천을 느꼈다고 한다. 경주 남산의 석탑과 불상에 심취해 의도적으로 석조의 질감을 표현하려 애썼다. 신라시대 석공이 떡 주무르듯 했던 돌조각이 천년 세월의 비바람에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냈듯 그의 노력은 결국 ‘박수근표 질감’을 탄생시켰다.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은 박 화백에게 딱 맞는 듯하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