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일부터 6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2019 국제당뇨병연맹(IDF) 총회’가 열린다. 1952년 네덜란드에서 처음 열린 IDF 총회는 세계적 규모의 의료학술행사 중 하나로 손꼽힌다. 올해 총회에는 세계 170여 개국에서 230개 단체가 참여할 예정이다. ‘당뇨 엑스포’와 ‘당뇨 산업전’을 비롯해 각종 포럼 및 자선콘서트 등 당뇨병 연구개발 최신 사례와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다.
한국이 싱가포르, 이탈리아 등 10여 개국을 제치고 IDF 총회를 유치하는 데 중추 역할을 한 인물이 있다. 2015년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회장에 선출된 조남한 국제당뇨병연맹 회장이다. 아주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인 조 회장은 30여 년 동안 당뇨병 연구 및 치료에 공헌한 전문가다. 조 회장은 “한국 의료과학 위상이 높아지고 국내 당뇨 관련 산업이 활성화할 기회”라며 “국제적 총회 개최를 당뇨병의 심각성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취임 이후 저개발국의 당뇨병 의료 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당뇨병이 선진국에서 유행해 일명 ‘부자병’이라 불리는 건 착각”이라며 “저개발국의 경우 약 70%가 의료비가 없어 제대로 된 진단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당뇨병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저개발국을 직접 방문해 의료봉사나 강연회를 여는 것도 조 회장이 꼭 챙기는 일정이다. 그는 “지난해 카자흐스탄에서 만난 고려인들의 참담한 모습이 아직 생생하다”며 “당뇨병에 걸린 노인들이 치료비가 없어 이웃과 약을 나눠먹고 있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조 회장이 저개발국 의료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년여간 꾸준히 실천한 의료봉사의 영향이 컸다. 그는 “1999년 우연히 만난 미국인 의사들과 캄보디아 의료봉사를 떠난 게 계기가 됐다”며 “첫 의료봉사를 통해 나눔의 행복을 처음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국립당뇨병센터 설립에 기여한 공로로 2015년 캄보디아 정부에서 ‘사하메트레이 왕실 대십자훈장’을 받기도 했다.
조 회장은 당뇨병의 심각성도 경고했다. IDF가 추정하는 세계 성인 당뇨병 환자는 4억2500만 명에 달한다. 2045년엔 6억2900만 명까지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그는 “당뇨병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안전지대가 없다”며 “전 세계가 당뇨병과 싸우고 있다는 점에서 ‘제3차 (당뇨) 세계대전’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당뇨병에 대한 조기 교육을 하고 당뇨병 고위험군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