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심장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국내 바이오벤처 메지온이 미국 임상 3상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1차 지표는 충족하지 못했지만 다른 지표에서 약물 효과를 확인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사실상 임상 실패로 받아들여지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1차 지표 충족 못해
메지온은 17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미국심장학회(AHA)에서 선천성 단심실증 치료제 ‘유데나필’의 미국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했다. 유데나필은 선천적으로 심장의 심실이 1개만 있는 질병인 단심실증이 있어 폰탄수술(우심방-폐동맥 우회수술)을 받은 청소년 환자의 심장 및 운동 기능을 개선하는 치료제다. 메지온은 미국, 캐나다, 한국 등의 30개 의료기관에서 환자 40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했다.
발표자로 나선 데이비드 골드버그 필라델피아소아병원 소아심장의는 “6개월 동안 유데나필을 복용한 환자들의 운동능력이 현저하게 향상되는 것을 유산소에서 무산소 운동으로 바뀌는 시점의 산소소비량(VO2 at VAT), 운동량, 호흡 내 이산화탄소 배출 비율(VE/VCO2) 등 2차 지표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임상의 1차 지표인 환자의 최대 능력치에서 최대 산소소비량(VO2 max)은 충족하지 못했다. 스테판 패리돈 필라델피아소아병원 소아심장의는 “유데나필을 복용한 환자군에서 1차 지표 값은 3.2% 향상됐고 위약군은 0%였지만 통계적 유의성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FDA에 허가 신청 낼 것”
시장의 평가와 달리 회사 측은 유데나필의 유효성이 확인됐다는 입장이다. 운동능력을 평가하려면 1차 지표 또는 2차 지표 방식으로 산소소비량을 측정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1차 지표 방식은 두 개의 심실을 갖고 있는 환자의 산소 용량 측정 방법이지만 폰탄수술을 받아 독특한 생리학적 구조를 지닌 환자에게 가장 좋은 측정 방법은 아니다”며 “2차 지표 방식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운동 활동에 적용할 수 있는 임상적으로 더 유효한 지표”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자들의 실제 운동능력을 반영하는 잣대로 2차 지표의 산소소비량 값이 1차 지표보다 더 유효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회사 스스로 임상설계를 뒤집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대학병원의 임상통계학 교수는 “임상 도중에 1차 지표가 적절한 지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메지온은 FDA에 판매허가 신청을 낼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달 초 FDA와의 미팅에서 허가신청서를 제출하라는 의견을 받았다”고 했다. 허가 신청은 내년 상반기에 낼 것으로 알려졌다. 유데나필은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돼 6개월이면 심사 결과가 나온다.
의사들 “임상 데이터만으로도 의미”
단심실증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은 소아환자를 대상으로 폰탄수술 후 활동성을 높이는 방법에 대한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가 나온 것만으로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임상에 참여한 400명의 환자 중 80명은 국내 환자다. 서울대병원과 세종병원 두 곳에서 임상 3상이 진행됐다.
연구에 참여한 김성호 세종병원 소아청소년과 부장은 “단심실증 환자 수가 적은 데다 소아질환이기 때문에 400명의 환자를 모아 치료효과를 확인한 전례가 없다”며 “운동능력이 좋아졌다는 것은 폐로 가는 혈류가 늘었다는 것이기 때문에 임상 현장에서는 의미있는 데이터”라고 했다.
이날 메지온 주가는 5만2900원(23.37%) 내린 17만3500원에 마감했다.
임유/양병훈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