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3선·부산 금정·사진)이 17일 내년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한국당은 수명을 다했다”며 “총선 승리를 위해 당을 해체하자”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를 향해선 “앞장서서 불출마 선언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김 의원은 “당내 정파 간 극단적 대립 구조 속에서 ‘정치 혐오증’에 시달려왔음을 고백한다”며 “이제는 정치를 그만둘 때가 됐다”고 밝혔다. 올 들어 한국당 3선 이상 중진 의원이 불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김 의원이 처음이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정권이 아무리 폭주를 거듭해도 한국당 지지율은 민주당보다 높았던 적이 없다”며 “한마디로 (국민에게) 버림받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당으로는 대선 승리는커녕 총선 승리도 이룰 수 없다. (당의) 존재 자체가 ‘민폐’”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달 초부터 용퇴를 고민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몇몇 분이 저와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당내 중진들의 후속 불출마 선언이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재 맡고 있는 여의도연구원장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자리는 20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내년 5월 말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김 의원은 황교안 대표가 추진 중인 ‘보수 야권 대통합’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우리공화당과도 통합이 필요하냐’는 물음에 “민주공화국이란 가치에서 벗어난 세력에는 단호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김 의원은 5선 의원을 지낸 부친 고(故) 김진재 전 한나라당(한국당 전신) 의원의 뒤를 이어 18대 국회 때부터 부산 금정구에서 내리 3선을 했다. 2016년 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 때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을 탈당해 바른정당 창당에 참여했다가 1년 만에 한국당으로 복당했다. 김 의원은 여의도연구원장으로서 ‘도로 친박당’ 논란과 우리공화당과의 ‘연대론’ 등을 놓고 당 지도부를 향해 비판 목소리를 냈다.
황 대표는 이날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우리 당의 변화와 쇄신을 위한 또 하나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