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작곡가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1839~1881)는 1973년 친구인 건축가이자 화가 빅토르 하르트만이 갑자기 죽자 큰 슬픔에 빠졌다. 이듬해 그의 유작전을 찾았다가 영감을 받고 작품 열 편을 감상하는 형식으로 곡을 구성했다. 작품과 작품 사이에 ‘프롬나드(promenade·산책)’를 배열해 전시실을 이동하는 모습도 표현했다. 유형종 음악평론가는 “각각의 곡이 모두 다른 개성을 갖고 있다”며 “죽은 친구를 기리며 며칠 만에 쓴 이 곡을 무소르그스키는 죽을 때까지 출판조차 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피아노 독주곡이지만 특유의 대담한 표현에 강건한 곡 구성으로 많은 작곡가가 관현악곡으로 편곡을 시도했다. 그중 가장 널리 연주되는 것이 인상주의 음악 거장 모리스 라벨이 1922년 편곡한 버전이다.
12월에 이틀 간격으로 한국을 찾는 전통의 해외 오케스트라 두 곳이 공교롭게도 이 곡을 메인 프로그램으로 선정해 서울에서 연주 대결을 펼친다. 다음달 8일 토마스 손더가드가 이끄는 덴마크 로열 오케스트라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10일에는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 오케스트라가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라벨 편곡 버전으로 들려준다.
로열 코트 트럼펫 연주단을 전신으로 하는 덴마크 로열 오케스트라의 역사는 144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571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만큼 깊으면서도 극적인 음색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로열 스코틀랜드 국립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덴마크 출신 지휘자 토마스 손더가드가 이 오케스트라의 첫 내한공연을 이끈다. 덴마크를 대표하는 작곡가인 카를 닐센의 오페라 ‘가면무도회’의 서곡으로 시작한다. 이어 2017년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선우예권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한다.
‘러시아 음악계의 황제’라고 불리는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러시아 마린스키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한다. 게르기예프는 1988년에 마린스키극장 음악감독, 1996년엔 예술감독 및 총감독으로 임명됐다.
게르기예프는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으로 연주를 시작한다. 이어 클라라 주미 강과 함께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선보인다. 한국계 독일인인 클라라 주미 강은 2010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콩쿠르와 일본 센다이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2015년엔 게르기예프가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4위에 오르기도 했다. 공연 후반부는 ‘전람회의 그림’으로 장식한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