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은 0원이었다. 며칠 전부터 대회가 열리는 미국으로 향했지만 대회 측으로부터 제공받은 연습실은 없었다. 결국 낮은 프레임이 나오는 컴퓨터로 따로 연습을 진행해야 했다. 지원받은 건 왕복 비행기표와 호텔비 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선수측에서 사비를 써야 했다. '이틀'간의 대회기간동안에 선수와 코치 측은 큰 돈을 사비로 지출해야 했다. 누가 봐도 명백한 '열정페이'다. 무명선수들도 아닌 한국 국가대표들이 국제대회서 겪어야 했던 일들이다.
지난 1일부터 2일(현지시각)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로 전세계에 내로라하는 인기 팀슈팅 게임 '오버워치' 프로게이머들이 각 국을 대표해서 모였다. e스포츠 대회인 '2019 오버워치 월드컵'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3년 연속 우승을 노리는 대한민국 선수들은 위풍당당한 발걸음으로 미국으로 나섰지만 이번 대회 우승국인 미국에게 져서 아쉽게 3위를 했다. 하지만 아쉬움의 목소리는 대회 경기 플레이 내에서가 아니라 대회 밖에서 나왔다.
주최측인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이번 '오버워치 월드컵'에 참가한 선수들을 홀대했다. 대회 상금이 0원이었다. 2016년에는 1만8000달러(약 2천만 원)를 16개 참가팀 모두에게 줬다. 2017년에는 9000달러(약 1천만 원)를, 2018년에는 1만6000달러(약 1천800만 원)를 참가팀 모두에게 줬다. 이번 대회에서 상금이 없는 것도 문제였지만 연습실을 제대로 대여해주지 않은 점, 사비로 많은 것을 충당해야 했다는 점 등도 큰 문제였다. 이에 한 관계자는 '이번 오버워치 월드컵은 독이 든 성배도 아닌 그냥 독이였다'라고 말했다.
내부에 따르면 블리자드 측은 오버워치 월드컵에 참여하는 국가들에게 차등 점수를 부여해 상위 10개국에 한해 왕복항공권과 대회장까지의 교통수단, 호텔 숙박 비용을 지원했다. 하지만 나머지 비용은 다 선수 측이 전액 사비로 부담해야 했다. 한국을 포함해 우승을 노리는 유력 국가들의 경우 팀합을 맞추기 위해 월드컵 이전부터 먼저 현지에 도착해 합숙훈련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쉽게 이뤄지지 못했다. 전부 선수들과 코치 및 한국선수달 단장이 사비를 부담했다. 한 선수는 사비로 이틀간 1000만원을 썼다고 전했다. 연습실 식비 등 부대비용이 다 사비로 부담했기 때문이었다.
상위 10개국 랭킹에 들지 못한 나라들은 더 심했다. 블리자드측은 이 팀들에게는 숙박비 일부만 지원해 시드권 외에 팀은 예선 참가를 위한 항공비 등 숙박비 외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명색이 국가대표인데도 라트비아 선수들은 크라우드 펀딩을 지원해달라고 본인들의 SNS에 올리며 소위 '구걸'까지 해야 했다. 어느 국가는 아예 대회 전부터 사비를 쓰면서까지 대회에 참여하고 싶은 선수가 없어 기권하기도 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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