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딜 브렉시트(아무런 합의 없이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것), 미·중 무역분쟁 여파 등의 우려로 지지부진하던 유럽 증시가 반등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영국 간 중재안이 통과돼 불확실성이 제거된 가운데 제조업 지표도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완화적 통화정책과 함께 각국의 재정 확대에 대한 기대도 증시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
경기 회복세에 주가 반등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조사 대상 37개 유럽펀드의 최근 한 달간 평균 수익률은 6.25%로 해외펀드 중 러시아, 일본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베어링독일’펀드가 8.57%(A클래스 기준)의 수익을 올리며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슈로더유로’펀드(최근 1개월 수익률 6.69%), ‘KB스타유로인덱스’펀드(6.31%), ‘삼성유럽가치배당’펀드(6.04%) 등도 좋은 성과를 냈다.
그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주가를 짓누르던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사라진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EU가 영국의 새로운 협상안에 합의하면서 브렉시트는 내년 1월 31일로 연기됐다. 이에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 주요국 증시도 이달 들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초 장중 11,878.98까지 떨어졌던 독일 닥스30지수는 지난 12일 장중 13,308.20까지 오르며 올 들어 최고치를 경신했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우려했던 요소들이 완화되면서 위험 선호를 자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지표도 반등하고 있다. 유로존의 경기동향을 보여주는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달과 같은 45.7로 하락세가 멈췄다. 9월 유로존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0.1%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미·중 무역분쟁 완화로 글로벌 물동량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존의 제조업 경기가 바닥을 찍고 반등하고 있다”며 “미·중 무역분쟁이 최소한 ‘스몰딜’을 이루면 눌려온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정정책 기대도 커져
ECB의 확장적 통화정책이 이어지는 가운데 각국이 재정확대 정책을 펼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김보람 KB자산운용 매니저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가 취임 전부터 완화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한 만큼 단기간에 정책 방향이 바뀌진 않을 것”이라며 “재정건전성이 높은 독일 등을 중심으로 재정 확대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불확실성은 여전히 상존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영국 조기총선 결과에 따라 브렉시트를 둘러싼 충격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여전하다. 이탈리아의 정치적 불안정과 이에 따른 재정위기 가능성도 남아 있다. 박민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탈리아 경제 악화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강해지고 있고, 포퓰리즘 정권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는 것을 고려하면 지난해와 같은 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