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DLS 사태 재발 방지대책“‘무늬만 사모펀드’ 규제 강화 … ‘제2 DLS’ 땐 경영진에 책임 묻겠다”

입력 2019-11-14 17:13
수정 2021-10-13 17:31
이 기사는 11월 14일 17:13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공모펀드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편법.’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4일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DLS) 사태의 원인에 대해 내린 진단이다. ‘고위험 금융상품 종합개선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다.

공모펀드는 펀드 설정 시 감독당국에 사전 신고를 해야 한다. 운용할 때도 포트폴리오에 특정 자산을 30% 이상 담을 수 없다. 사모펀드는 펀드 사전 신고나 자산 편중에 대한 규제를 받지 않는다. 투자자 수는 50인 미만이어야 한다.

은행들은 DLS를 판매할 때 ‘무늬만 사모펀드’인 형식을 취해 규제를 피하면서, 투자자는 대규모로 모집했다. 비슷한 구조를 갖춘 펀드를 쪼개 발행하는 방식이었다. 금융당국이 은행에 ‘고난도 사모펀드’ 판매를 금지시킨 것은 이런 편법의 재발 가능성을 없애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자산·손익구조 동일하면 공모로 판단”

금융위원회는 무늬만 사모펀드를 막기 위해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6개월 안에 판매된 사모펀드 중 기초자산과 손익구조가 비슷한 것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공모펀드로 판단할 방침이다.

고난도 사모펀드를 은행에서 판매하는 것도 금지된다. 특정금전신탁 안에 이런 펀드를 포함시키는 것도 안 된다. 여기서 말하는 ‘고난도’는 두 가지 뜻을 지닌다.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렵고, 원금 손실 가능성이 최대 20~30% 수준인 상품이다. 고난도 상품이라도 공모펀드는 은행이 판매할 수 있다. 공·사모펀드 구분 없이 고난도 상품에 대한 투자자 보호장치도 강화된다. 상품 판매 시 어떤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든 대화를 녹취해야 한다. 상품 가입 후 일정 기간 뒤에 소비자 의사를 다시 묻는 ‘숙려기간’도 무조건 가져야 한다.

○OEM 펀드 판매사 책임 강화

금융위는 일반 개인투자자가 사모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투자금액 요건을 ‘1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상향하기로 결정했다. 은 위원장은 “사모 재간접펀드가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최소투자금액을 3억원으로 올려도 사모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일명 ‘주문자위탁생산(OEM) 펀드’에 대한 판매사 책임 및 규제 적용기준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OEM 펀드는 은행 등 판매사가 자산운용사에 명령·지시·요청 등을 내려 설립·운용되는 펀드를 뜻한다. 금융위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OEM 펀드 관련 판매사에 대한 제재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OEM 펀드 적용 기준도 최대한 폭넓게 해석하기로 했다. 판매사와 운용사 간 단순 협의를 제외한 모든 행위를 ‘OEM 펀드 지시’로 간주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금융사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 유도

이번 DLS 사태에서 드러난 금융사의 내부통제 문제는 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보완했다. 현재는 실무진 차원에서 DLS 판매 결정을 내릴 수 있어 경영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금융상품 판매와 관련한 경영진의 관리의무를 부여하기로 했다. CEO와 준법감시인, 위험관리책임자 등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해당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금융위는 법 통과 때까지 생기는 공백 기간에는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영업행위 준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법적 제재는 못하지만 금융회사 내부통제 기준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신영/오형주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