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가 증거인멸·법정 모독"…LG화학, ITC에 '패소판결' 요청

입력 2019-11-14 17:16
수정 2019-11-15 00:54
SK이노베이션과 전기차 배터리 소송을 벌이고 있는 LG화학이 14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광범위한 증거인멸과 법정모독 행위 등을 벌였다”며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판결을 요청했다.

ITC가 조기패소 판결을 수용하면 예비 판결까지 가지 않고 피고인 SK이노베이션의 패소가 확정된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소송에 정정당당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LG화학이 ITC에 낸 67쪽 분량의 요청서엔 SK이노베이션이 증거 보존 의무를 무시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증거인멸, ITC의 포렌식(디지털 정보 복구 행위) 명령 미준수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예컨대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ITC에 소송을 제기한 다음날인 지난 4월 30일 ‘[긴급] LG화학 소송 건 관련’이란 제목의 사내 메일에는 “경쟁사 관련 자료를 최대한 빨리 삭제하고 미국법인(SKBA)은 PC 검열·압류가 들어올 수 있으니 더욱 세심히 봐 달라. 이(번) 메일도 조치 후 삭제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75개의 엑셀시트 중 ‘SK00066125’라는 시트에는 파일·메일 980개, 나머지 74개 엑셀시트에는 3만3000개에 달하는 파일·메일 목록이 삭제를 위해 정리돼 있었다고 LG화학은 공개했다.

LG화학은 이와 함께 ITC가 SK이노베이션에 명령한 포렌식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삭제한 SK00066125 시트만 복구하고 나머지 74개 시트는 복구하지 않은 것은 물론 ITC에도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LG화학은 “공정한 소송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증거인멸 및 법정모독 행위가 드러나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고 판단해 강력한 법적 제재를 요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별도의 공식 입장문을 내지 않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여론전에 의지해 소송을 유리하게 만들어 가려는 경쟁사와 달리 소송에 정정당당하고 충실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원론적 방침을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조기패소 판결 요청에 대한 답변서를 조만간 ITC에 제출할 예정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