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 초기 항생제 쓰면 치료 효과, 여행지 감염병 확인해야

입력 2019-11-14 16:47
중국에서 폐 페스트(흑사병) 환자가 발생하면서 질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강일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서는 페스트가 발생하지 않았고 해외서도 발생빈도가 흔치 않은 병"이라며 "한국인이 흔히 여행 가는 북미나 중국 내륙에서 페스트 발병 사례 보고가 있어 여행 예정 지역 질병에 대한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흑사병으로도 잘 알려진 페스트는 페스트균 때문에 생기는 급성 열성 감염병이다. 페스트균에 감염된 쥐벼룩이 사람을 물어 전파된다고 알려졌다. 쥐 등 작은 포유동물과 접촉해 감염되는 사람도 있다. 중세 유럽에서 크게 유행해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역병(plague)으로도 불렸다.

국내에서는 질병 통계를 수집한 뒤 보고된 환자가 없지만 2010년 이후에도 해외에서 종종 환자가 발생했다. 2012년 미국에서는 감염된 길고양이에 물려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림프절 페스트 환자 사례가 보고됐다. 올해에는 몽골에서 설치류 생간을 먹은 사람이 페스트로 사망했다.

페스트에 걸리면 갑자기 열이 난다. 림프절 페스트는 감염된 포유동물이나 벼룩에 물려 생긴다. 2~6일 잠복기를 거친 뒤 오한, 38도 이상 발열, 근육통, 관절통,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이 시작된 뒤 24시간 안에 페스트균이 들어간 곳 주변에 통증을 호소한다. 벼룩이 다리를 주로 물기 때문에 허벅지나 서혜부 림프절에 페스트균이 많이 퍼진다. 치료하면 증상이 빠르게 나아지지만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할 위험도 있다.

림프절 페스트로 진단받은 환자의 20% 정도는 패혈성 페스트다. 증상은 발열, 구역, 구토, 복통, 설사 등 일반적인 패혈증과 같다. 출혈성 반점, 상처 부위 출혈, 혈관내 응고증으로 인한 말단부 괴사, 치료가 잘 되지 않는 저혈압, 신장 기능 저하, 쇼크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패혈성 페스트 환자는 손 발 등 말단부가 조직이 죽으면서 까맣게 변해 흑사병이라고도 불린다.

폐 페스트는 가장 중한 형태의 감염병이다. 감염 환자나 공기중 퍼진 호흡기 분비물로 인해 감염될 수 있다. 잠복기는 3~5일이다. 갑자기 오한, 발열, 두통, 전신 무력감 증상이 생긴다. 빠른 호흡, 호흡 곤란, 기침, 가래, 흉통 등 호흡기 증상을 호소한다. 감염된 뒤 이틀째부터는 객혈, 호흡부전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치료 하더라도 효과가 좋지 않다.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환자도 폐 페스트 환자다.

페스트는 혈액이나 림프액, 가래 등을 통해 페스트균 배양 검사를 한 뒤 확진한다. 항생제로 치료한다. 발병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조기에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페스트의 치료에 사용하는 항생제는 겐타마이신, 스트렙토마이신, 독시사이클린, 레보플록사신 등이다.

전 교수는 "페스트는 조기 진단하면 현재 흔히 사용하는 항생제로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지만 진단이 늦어지면 사망률이 매우 높아져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수 시간 내외에 증상이 급격히 진행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위험지역을 여행한 뒤 페스트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면 조기에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