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에게 항소심에서도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이일염)는 14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이사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과 같은 형량을 선고하면서도 기존 16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은 취소했다.
이 전 이사장은 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함께 2013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필리핀 여성 10여 명을 대한항공 직원인 것처럼 신분을 가장해 가사도우미 일을 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대한항공은 이씨와 조씨 등의 지시를 받아 필리핀 지점을 통해 가사도우미를 선발한 뒤 본사의 연수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것처럼 꾸며 일반 연수생(D-4) 비자를 발급받았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이 전 이사장에게 벌금 3000만원을 구형했으나 이날 재판부는 “벌금형은 죄책에 상응한다고 보기 어려워 징역형을 선택한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뒤늦게나마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수사와 재판 도중 남편이 사망하는 아픔을 겪은 점, 앞으로도 엄중한 사회적 비난과 낙인을 인식하며 살아가야 할 처지인 점 등을 고려해 새로운 삶을 살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