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장사 잘한 현대차 vs 도요타…중국서 희비 갈렸다

입력 2019-11-14 14:22
수정 2019-12-14 00:31

글로벌 자동차 경기 불황에도 지난 분기 현대자동차와 도요타자동차가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의 성적은 극명하게 달랐다. 고급차와 친환경차 전략에서 도요타가 한 수 앞섰다는 평가다.

14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지난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0%, 31% 증가해 각각 27조원과 378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26조968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4%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460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0.5% 늘었다.

겉으로 보이는 실적은 당초 기대치는 밑돌았지만 세타Ⅱ GDi 엔진 탑재 차량 보상 등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시장 전망치에 부합했다. 자동차 경기 불황을 감안하면 선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4분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호재도 있다. 내수 판매 증가와 그랜저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 GV80, 아반떼, G80, 투싼 등 신차 출시가 예정됐기 때문에 실적 개선 요인이 많다. 그중에서도 글로벌 럭셔리 시장의 성장과 SUV 세그먼트의 선호도 상승을 동시에 겨냥하는 GV80의 출시가 이번 달로 예정돼 있다.

도요타의 지난 분기 실적도 호조를 보였다. 이 업체의 2분기(2019년7~9월)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4.5%, 14.4% 증가해 각각 7조6400억엔, 6624억엔을 기록했다. 이는 2015년 이후 가장 큰 영업이익으로, 당기순이익도 1.2% 증가해 5920억엔을 올리는 등 시장 기대치를 큰 폭으로 웃돌았다.

3분기부터 내년 상반기로 이어지는 전망도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장밋빛이다. 작년 출시한 캠리에 이어 올해 출시한 RAV4와 코롤라가 좋은 반응을 이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 지역에서 프리우스 하이브리드와 타코마 트럭 판매량도 우상향을 그린다.


두 업체는 자동차 수요가 갈수록 줄고 있지만 인센티브 축소와 신차 발표를 통해 영업이익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와 도요타가 실적에서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중국이다.

중국승용차연석회의(CPCA)의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의 베이징 법인인 베이징현대는 지난 9월 전년동월대비 4.7% 감소한 6만27대의 판매량을 기록, 시장 점유율 3.4%로 12위에 랭크되며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간판 모델의 판매량 감소는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해 9월 3만2100대가 팔렸던 엘란트라는 1년 만에 2만2600대 판매에 그쳤고 SUV인 투싼은 1만2300대에서 3000대로 급감했다. 기아차의 K2, K3 판매량도 같은 기간 각각 69%, 31% 떨어졌다.

반면 도요타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에서 지난 분기 43만1000대를 판매하며 지난해에 비해 3%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중국에서 도요타는 1~10월까지 판매량이 전년동기대비 7.2% 증가했다. 점유율 순위가 점점 하락하는 현대차와 대조적이다.

중국 내 친환경 자동차의 점유율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의 친환경 승용차 시장에서 도요타가 점유율 11.1%로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중국 업체인 비야디(BYD)(15.8%)이고 도요타가 그 다음이었다. 이어 베이징자동차(BAIC)(6.1%), 메르세데스-벤츠(6.0%), 중국 지리(5.7%), 상하이차 로웨(4.9%) 등이다. 이들이 친환경 승용차 시장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순위권과 거리가 멀다. 베이징현대의 친환경차 판매량은 올해 들어 8월까지 1621대에 그쳤다. 엘란트라 전기차가 1000대에 약간 못 미치고 쏘나타 플러그인하이브리드가 591대 팔렸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환율 효과로 이득을 보고 도요타가 엔고 현상으로 손해를 봤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익의 질은 도요타가 훨씬 높다"며 "중국은 결코 놓을 수 없는 시장이기 때문에 고급차를 선호하는 중국인들의 심리를 겨냥해 제네시스를 조기 투입하는 등 승부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