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도 직구"…첫 해외 경매대행 서비스

입력 2019-11-14 15:34
수정 2019-11-14 15:42
디지털 혁명이 미술품 유통 구조를 변화시키면서 이른바 ‘국경 없는 아트 소비시대’가 열렸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작품을 구매하기 위해 해외 직구(직접 구매)에 나서는 미술애호가가 늘고 있다. 해외 역직구(수출) 규모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서울옥션 자회사 서울옥션블루는 지난해 글로벌 미술품 경매대행 서비스 사업인 ‘월드와이드옥션’을 통해 미술품 직구시장에 진출했다.


월드와이드옥션은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 소더비와 크리스티, 필립스 등에서 진행하는 경매의 실시간 정보는 물론 응찰, 낙찰 후 작품 운송, 설치에 이르는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첨단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실험적 미술사업이어서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옥션블루는 월드와이드옥션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낙찰 누적금액 2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5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미국 보스턴 출신인 미술가 요나스 우드의 대작 ‘일본 정원 3’를 49억원(약 401만달러)에 낙찰받아 새 주인을 찾아줬다. 경매대행 작품 중 최고가였다. 호안 미로의 판화(1612만원)와 카오스의 2012년작 ‘메이크 더 런(Make the run)’(2억6411만원), 조지 콘도의 2008년작 ‘정신적 풍경’(5억8000만원) 등도 경매대행 목록에 올랐다.

서울옥션블루가 해외 미술품 경매대행 사업에 진출한 것은 커지고 있는 수입시장 때문이다. 지난해 미술애호가와 아트딜러, 기업 등이 해외에서 사들인 미술품 규모는 3000억원대로 추정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7억2300만달러)과 비슷한 수준으로 지난해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규모(약 1900억원)를 훨씬 웃돈다. 최근에는 40~50대 미술애호가들이 투자 리스크가 작고 환금성이 뛰어난 유망 해외 작가 작품을 직접 구매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정봉 서울옥션블루 대표는 “크리스티와 소더비 등 세계적인 경매회사가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홍콩에서 경매를 많이 연다”며 “시차와 접근성 등이 좋아진 데다 가격 면에서 유리해 직접 구매를 선호하는 애호가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서울옥션블루는 미술품 경매대행 서비스를 통해 이런 잠재 투자자들을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이 서비스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듯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데다 화랑이나 아트페어를 방문하지 않고도 외국 작가의 작품을 구입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서울옥션블루 홈페이지에 접속한 뒤 ‘월드와이드옥션’을 선택하면 된다. 여기서 해외 미술품 경매업체의 출품작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응찰을 요청하면 된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