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지구 세 바퀴' 돈 김도진 행장…"현장 목소리가 경영의 기본"

입력 2019-11-13 17:26
수정 2019-11-14 01:18

지난 11일 김도진 기업은행장이 중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잦은 출장이지만 이번엔 의미가 남달랐다. 이번 출장엔 홍콩지점 방문 일정이 포함됐다. 김 행장이 그동안 찾아가지 못한 마지막 해외 지점이다. 그는 취임 초 ‘임기 중 국내외 모든 지점을 돌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국내 지점 몇 곳만 남았다. 불가능해 보였던 ‘공약’의 완료 시점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김 행장은 업무상 출장을 가면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쪼개 인근 영업점을 방문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아왔다”며 “국내 역대 은행장 중 전 세계 모든 지점을 직접 방문한 첫 은행장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행장이 ‘전 지점 방문’이라는 대장정을 조만간 마무리한다. 취임 후 2년11개월 만이다. 그가 지난 3년간 지점 방문을 위해 이동한 거리는 12만5024㎞. 지구 세 바퀴를 돌고도 남는다.


“고객과 현장이 경영의 축”

김 행장은 오는 19일 전북 군산지역 영업점을 방문할 예정이다. 군산·나운동·군산산업단지 지점 등 세 곳이다. 각 지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만나 건의사항 등을 들을 예정이다. 김 행장은 지금까지 국내 631곳, 해외 57곳 등 총 688개 지점을 돌았다. 이날 세 곳을 끝으로 기업은행의 전 세계 지점 691곳의 방문 일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김 행장은 2016년 12월 취임사에서 “고객과 현장이 가장 중요한 경영의 축”이라며 “임기 내 전 영업점을 방문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선언했다. 당시만 해도 ‘현장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구호 정도로 생각하는 직원이 많았다. 바쁜 은행장 업무 일정상 임기 중 전 영업점을 모두 찾기는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김 행장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취임 직후인 2017년 초 인천 검단산업단지 지점과 원당지점 방문이 시작이었다. 매년 첫 영업일은 지점 방문으로 시작했다. 2018년 초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둔 강원 속초·동해 지점을 차례로 방문했다. 지난 1월에는 경남 거제·통영·진주, 전남 여수·순천 등 내륙 최남단 지역을 순회하며 직원들을 격려했다.

외부 일정이 없을 때는 늘 영업점 방문 일정을 만들었다. 하루에 11곳의 영업점을 방문한 적도 있다. 지점 방문을 위한 출장 횟수는 3년간 142회에 달한다.

“어려움 겪는 현장 먼저 찾는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지점을 최우선으로 찾는다는 게 김 행장이 지켜온 철칙 중 하나다. 2018년 8월 태풍 쏠릭이 대전 지역을 강타했을 때가 대표적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당시 강풍 속도가 시속 20~30㎞에 달했고 도로 곳곳이 물에 잠겨 서울에서 대전 지점까지 가는 데만 7~8시간이 걸렸다”며 “가장 어려울 때 직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김 행장의 소신으로 9개 지점 방문 일정을 그대로 소화했다”고 했다.

피해를 입은 지역 경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 해당 지역의 특산물을 선물로 돌리기도 했다. 올해 속초 산불 사태 때는 지역의 인기 식품인 닭강정을 사들고 지역 영업점을 찾았다. 2017년 경주 지역에 지진이 났을 때는 ‘경주빵’을, 태풍 피해를 입은 부산 영업점에는 ‘학원전’(카스텔라)을 사서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한 지역 영업점 관계자는 “멀리서 출퇴근하는 직원이 있는지까지 일일이 물어보며 현장 상황을 꼼꼼하게 챙기는 모습에 감명받았다”며 “내부에서 행원 생활을 거쳤던 경험을 살려 선배로서 따뜻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19일 군산을 마지막 방문 지역으로 정한 것도 지역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고려해서다. 조선·해운업의 쇠퇴로 지역 경제 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대형은행은 최근 몇 년 새 군산지역 지점을 철수했다. 김 행장은 “지역 기업들이 어려울 때 외면하지 않고 버팀목이 돼 주는 게 기업은행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장 소통과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통해 은행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