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3시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 3층 크리스탈불룸. ‘2019 하반기 글로벌 일자리 대전’ 일본기업 상담실 앞은 면접 대기자들로 북적였다. 소프트웨어 설계·개발 전문기업인 CAL의 난리 카주노부 인재채용 부장은 “서류심사를 거쳐 오늘 하룻동안만 30여명을 인터뷰 했다”고 말했다. 그는 “믿을 만한 한국정부 기관들이 일본취업 박람회를 열어 채용을 늘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CAL은 전직원 1200명 가운데 한국인이 150명으로 한국인 채용을 많이 하는 기업이다. 이날 일자리 박람회에 참여한 일본기업 590명, 북미 102명, 대양주 118명, 아시아 180명, 중국 24명 등 모두 1121명을 선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가 한국산업인력공단·KOTRA와 공동으로 해외취업 준비생을 위해 마련한 ‘글로벌 일자리 대전’에는 미국,일본,유럽 등 각국에서 100개사가 참여했다. 당초 고용부는 지난 9월 일본과 아세안 기업이 참여하는 글로벌 일자리 대전을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한·일관계가 급속히 악화하자 행사가 부적절할 수 있다고 보고 재검토에 들어갔다. 행사는 두달 늦춰졌고 참여 업체도 미국·유럽 등의 기업을 추가했다. 이번 행사에 일본기업은 65개사가 참여했으나 상반기 글로벌 일자리 대전(115개사)보다는 40%가 줄어든 규모다. KOTRA는 이틀간 열린 행사에 2180여명의 구직자가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KOTRA관계자는 “한·일 경제전쟁이 당장 일손이 부족해 다급해하는 일본기업들에게 주는 영향은 미미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직자들은 ‘일본 일자리가 사라질까’우려했다. 김 모씨는 “올 상반기까지는 일본기업 채용행사가 많았는데 경제전쟁 이후로는 채용행사가 확 줄었다”며 “정치때문에 일자리가 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일 열린 외국인투자기업 채용박람회장의 일본기업 상담실은 이와 대조적으로 싸늘했다. 반도체 장비 생산업체인 하나테크놀러지 인사담당자는 “상담자가 오전내내 4명에 불과했다”며 “예년보다 사전 예약자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바로 옆에 부스를 차린 한국다이요잉크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회사의 김현석 인사과장은 “오늘 4명을 상담을 했지만 아직 적합한 인재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일본기업 인사담당자는 일본과의 냉각관계가 장기화땐 일자리의 ‘코리아 패싱’도 올수 있다고 했다. 그는“한·일 경제전쟁이 장기화 되면 일본기업들은 한국을 건너 뛰어 바로 중국인재를 뽑으러 갈 수 있다”며 “중국도 실업난으로 일본기업 유치를 힘쓰고 있고 베이징과 상하이에도 일본어를 할 줄 아는 글로벌 인재들이 더 많아 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일감정’에 채용설명회를 축소한 기업도 있다. 패션브랜드 유니클로는 지난해까지 만해도 각 대학을 순회하며 대규모 채용설명회를 진행했으나 올해는 본사 채용설명회로 축소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