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는 인권과 민주화를 향한 노력의 흔적입니다. 인간의 목숨 역시 그 무엇보다 소중하기에 어떤 이유에서든 폭력을 자행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현재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꼽히는 옌롄커(閻連科·61·사진)가 12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발생한 홍콩 경찰의 시위대 폭력 진압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산문화재단과 교보문고가 공동 기획한 ‘세계 작가와의 대화’의 첫 번째 작가로 초청돼 방한했다.
옌롄커는 작품을 통해 중국 사회의 모순을 지적하고 그 안에서의 고통과 절망을 적극적으로 표현해온 중국 현대문학의 거장이다.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그가 쓴 책 대부분은 중국에서 금서로 지정돼 해외에서 출간됐다. 한국엔 2008년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시작으로 장편소설 <딩씨 마을의 꿈>, 중편소설 <여름해가 지다>, 산문집 <연월일> 등이 소개됐다.
옌롄커는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피터 한트케가 1998년 코소보 인종 학살의 주범인 밀로셰비치에 동조했다는 비판 여론에 직면한 것에 대해 “작가가 세계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참여하고 의견을 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국내 출간을 앞둔 그의 신작 소설 <빨리 함께 잠들 수 있기를>은 환상과 현실을 오가는 마술적 리얼리즘과 추리적 기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형식의 글 등 실험적 기법을 다양하게 적용한 작품이다. 그는 “작가인 나는 물론 등장인물 모두 실제 인물을 등장시켰다”며 “진실이라는 것이 소설 속에서 계속 부정되는데 이를 통해 우리 삶에 진실이란 없다는 것, 진실이 없는 진실도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진실 중 하나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명성과 상관없이 그는 스스로에게 누구보다 엄격한 인물로 유명하다. 여러 소설을 창작했지만 진정한 독창성을 가지고 창조력을 발휘한 작품은 없었다고 고백할 정도다.
“내 문학을 성찰해보면 나약함과 유약함이 드러나요. 60세 이후에도 창조력을 갈아 넣어 나만의 개성이 드러나는 작품을 쓸 수 없다면 그야말로 저는 실패한 작가, 실패한 인생이 될 것 같아요.”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