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행정입법 막을 수 있게 국회법 개정"…與 "논의는 해보자" 시큰둥

입력 2019-11-12 17:20
수정 2019-11-13 01:21
여야가 12일 120개 비(非)쟁점 법안 처리에 합의했다. 하지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과 국회법 개정안이 맞물려 있어 12월 국회 막판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이날 “선거제 개혁 법안과 검찰 개혁 법안을 다음달 3일 이후 이른 시일에 국회 본회의에 상정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은 전 과정이 불법”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여야는 이날 큰 틀에서 처리에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처리 일정과 세부 사안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문희상, “‘패트’ 부의 후 이른 시일 상정”

문 의장은 이날 3당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정치개혁·사법개혁 관련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국회를 멈출 수는 없다”는 입장을 한민수 국회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문 의장은 “국회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부의 이후엔 이른 시일 내 국회법에 따라 상정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선거제 개혁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오는 27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및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등 검찰 개혁 법안은 오는 12월 3일 각각 본회의에 부의된다. 부의란 언제든 안건을 상정해 표결할 수 있는 상태가 됐음을 뜻한다. 문 의장은 패스트트랙 법안들의 ‘상정 및 표결 시점’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12월 3일 이후 이른 시일 내’ 상정이 이뤄질 것임을 환기함으로써 여야 간 합의를 독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나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사법개혁 법안의 12월 3일 부의는 맞지 않는다”며 “불법 사보임, 불법 의결의 고리를 끊어야만 선거법·검경수사권 조정안을 제대로 합의 처리할 수 있다”고 반대 뜻을 밝혔다. 12월 3일 이후 패스트트랙 법안이 상정될 경우 예산안 처리와 맞물려 여야 간 치열한 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회법 개정안 합의 놓고도 서로 말 달라

여야는 시행령과 정부발 ‘행정 입법’을 차단하기 위해 국회법을 개정한다는 큰 틀에 합의했지만 사실당 ‘동상이몽’ 인식을 보이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해야 할 것 중 하나로 국회법 개정안을 말씀드린다”며 “이 부분은 사실상 합의됐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국회법은 국회 입법을 무력화하는 행정 입법과 시행령에 대해 견제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드는 것”이라며 “큰 틀에서 합의됐다”고 강조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과거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찍어내기 당한 원인인 국회법을 이번에 같이 손봐 통과시키자”며 “담당 상임위인 국회 운영위원회 소위 위원장이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이기 때문에 법안이 이번 19일 본회의에서 통과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여당은 “논의하자는 데 합의한 것이지, 법안 처리에 합의한 건 아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운영위원회에서 해당 법안에 대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하자는 것”이라며 “법안 소위가 열리지 않아서 소위라도 열어 논의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당 원내대변인을 맡은 김현아 의원은 지난 9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 안에는 소관 상임위원회의 심사 결과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하는 행정 입법은 상임위 의결로 소관 중앙행정기관장에게 시정을 요구하고, 시정을 요구받은 기관은 3개월 이내에 그 처리 결과를 상임위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상임위 시정 요구를 받은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기한 내에 그 처리 결과를 보고하지 않으면 본회의 심의·의결 절차를 통해 행정 입법의 효력을 없애도록 했다.

정부는 야당의 입법 논의 불참 등을 이유로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한 ‘우회 입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검찰의 특별수사부를 축소하는 검찰청법 시행령 개정과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를 폐지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이 대표적인 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