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513조5000억원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을 심사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가 초반부터 각종 잡음으로 삐걱거리고 있다. 전날 김재원 예결위원장의 막말 논란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사과 요구 등으로 파행이 빚어진 데 이어 12일에는 특정 지역 의원들이 소위에서 배제됐다며 지역 안배를 요구하는 집단 행동에 나섰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유성엽 대안신당 대표,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 등 전북 지역 의원 12명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예결소위에 전북을 대표할 위원을 추가 또는 교체해 구성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15명 예결소위 위원에서 전북은 완전히 배제됐다”며 “영남 4명, 충청 4명인 데 비해 호남은 광주 한 명뿐”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예결소위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김 위원장이 최근 한국당 행사에서 ‘이해찬 대표가 정권 교체로 2년 안에 죽는다’는 택시기사의 발언을 전한 것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면서 오전에 파행을 빚었다. 여야 의원들이 사과 요구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자 김 위원장은 개의 11분 만에 정회를 선언했고, 오후에야 회의가 속개됐다.
야당이 소위 ‘미운털’이 박힌 일부 부처의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초반부터 진통이 일고 있다. 자유한국당 간사인 이종배 의원은 지난 11일 국가보훈처 예산을 심사하면서 “보훈처가 국정감사 파행에 책임이 있다”며 예산 삭감을 경고했다. 이 의원은 “앞서 보훈처의 자료 제출, 증인 선서 문제로 인해 국감이 파행하고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을 보고 안타깝게 생각했다”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엄격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산안을 일정 비율 혹은 전액 삭감해서 새로 조직을 정비하는 계기로 삼는 게 타당하지 않냐”고 으름장을 놨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도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보훈처에 어떻게 예산을 주냐고 격앙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보훈처 국정감사에 출석한 피우진 전 보훈처장의 증인 선서 거부를 겨냥한 발언들이다. 보훈처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기관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며 “기존 경비가 대부분 국가 유공자 지원으로 쓰여. 그런 서비스 지장 있어서 (전액 삭감 의견은) 수용이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심사 도중 예결소위 소속이 아닌 의원이 회의장에 들어와 ‘쪽지 예산’ 의혹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예결소위장에 들어와 예산을 심사 중인 의원들에게 자신이 미리 만들어온 자료를 건넸다. 이에 이종배 의원은 “예산소위에 참석자로 지정된 분을 빼고는 출입을 자제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