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은 12일 ‘보장성 강화 정책과 실손보험의 상관관계 자료’라는 보도자료를 내놨다. 건강보험의 혜택 범위(보장성)를 넓힌 ‘문재인 케어’의 시행이 손해보험사 실손보험의 손해율 상승과는 관련없다는 게 요지였다. 손해율이 문재인 케어 본격 시행 이전인 2017년 121.7%(100원의 보험료를 받으면 121원을 되돌려준다는 뜻)에서 올 상반기 129.1%까지 치솟아 실손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손보업계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건보공단의 자료는 시작부터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을 쏟아냈다. 우선 문재인 케어와 손해율 간 상관관계를 설명하겠다며 제시한 수치가 2016년과 2017년이었다. 해당 기간 보장성이 62.6%에서 0.1%포인트 높아졌지만 손해율은 131.3%에서 121.7%로 낮아졌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건보공단은 “손보업계가 보장성 강화로 손해를 본 게 아니라 반사이익을 봤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2017년은 문재인 케어 시행 전이다. 정책 시행 이전 수치를 가져와 그것이 정책 시행의 결과인 듯이 포장한 것이다. 2018년 이후의 수치를 내놓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보장성 강화와 관련된 수치가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건보공단은 손보업계가 제시한 손해율 수치를 “신뢰성이 낮다”고 폄하하기도 했다. 자동차보험과 달리 실손보험은 미래 발생할 손익을 미리 반영해 손보사들이 수치를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일리있는 지적이지만 단순한 현금 흐름과 별도로 미래 발생할 손익을 반영하는 것은 건보공단도 마찬가지다. 충당부채라는 계정을 통해 향후 추가로 발생할 자금 수요를 반영해 놓고 있다. 보험 심사 과정에서 수혜자에게 돌려받거나 추가로 줘야 할 일이 수시로 발생하는 건강보험 특성상 불가피한 일이다. 그럼에도 비슷한 상품을 설계·운용하는 민간 손보사에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의료 현장에서는 “문재인 케어가 과잉진료를 낳고 실손보험 손해율을 오히려 상승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병원들이 진료 및 치료 원가 대비 수익이 낮은 급여 항목 대신 수익이 높은 비급여 항목을 만들어 환자들을 내몰고 있어서다. 복부초음파가 건강보험에 포함되자 비뇨기초음파 처방이 늘고, 비뇨기초음파가 포함되자 각종 부가 처방을 해 실손보험 보장을 늘리는 풍선효과가 곳곳에서 나타난다.
손보사들은 보건복지부 및 금융위원회 등과 협의해 오는 22일 내년 실손보험 요율을 정한다. 가장 많은 의료 서비스 관련 데이터를 보유한 건보공단이 손보업계 주장에 제대로 된 반박을 내놓지 못하면 두 자릿수 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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