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토스가 기아자동차를 넘어 현대차그룹 최대 판매 차량으로 등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현대차그룹의 판매량에서 전통적으로 우위를 점했던 싼타페와 쏘나타를 제칠 수 있다는 분석이어서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 인도 휩쓴 셀토스, 계속되는 질주
12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의 글로벌 전략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셀토스는 인도에서 출시 이후 매월 실적이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출시 3개월째로 접어든 지난달 기준으로 인도에서만 약 1만3000여대가 팔리며 SUV 판매 순위에서 1위에 올랐다. 이는 지난 9월 판매 대수 7754대와 비교하면 한 달 만에 판매량이 65.8% 증가한 것이다.
10월 판매 상위 20위권 모델 가운데 9월 대비 판매량이 60% 이상 증가한 차량은 셀토스가 유일했다. 셀토스에 이어 마루티 스즈키의 브레자(1만227대)와 현대차의 베뉴(8576대)가 2, 3위를 각각 차지했다.
기아차도 셀토스의 인기 덕분에 시장 점유율 5위에 랭크됐다. 1위 브랜드인 일본의 마루티 스즈키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현대차그룹의 최다 판매 차량으로 자리 잡았다. 통상적으로 SUV는 초기 반응이 매우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성공적인 시장 진입에 힘입어 가파른 외형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셀토스의 선전 배경에서 배경에는 기아차의 현지 분석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인도에서 세단과 대형 SUV보다 소형 SUV 수요가 견고하다고 판단, 셀토스를 전략 차종으로 조기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당초 셀토스는 지난 9월 인도에 출시될 예정이었지만 한 달 앞당겨 8월에 출시됐다. 게다가 13개월에 걸친 현지 시장 분석을 통해 인도 맞춤형 제품을 개발했다.
◆ 현대차 위탁 생산 계획 전면 보류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셀토스의 인도시장 진출로 기아차는 단숨에 5위로 뛰는 등 브랜드력을 입증했고 예상을 뛰어넘은 흥행을 기록하면서 내년 현대차 로컬 핵심차종의 위탁생산 계획을 변경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기아차 인도 공장에서 현대차 모델에 대한 위탁생산 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셀토스의 대기물량이 워낙 많아 위탁생산을 할 여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초 현대차는 내년 초 출시 예정인 '엘리트 i20' 신형 모델을 기아차 아난타푸르 공장에서 생산할 방침이었다. 현대차 첸나이 공장 가동률이 95%에 달하는 데다 셀토스 단일 차종만 생산하는 아난타푸르 공장이 여유가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셀토스가 인도 현지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자 현대차 위탁생산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인도 내 셀토스 대기수요는 6만 건에 달한다.
기아차는 최근 현지 공장 근로자 1000명을 충원하고 근무체제를 2교대로 전환하는 등 셀토스 대기수요 해소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내년 인도 공략 2호 모델인 카니발 생산까지 들어가면 위탁생산에 대한 여유가 없다.
◆ 현대차그룹 최다 판매차량 등극하나
상황이 이렇게 되자 셀토스는 국내 7만대, 북미 6만대, 인도 20만대, 중국 3만대 가량으로 현대차그룹 글로벌 최다 판매차량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현대차그룹에서는 쏘나타와 싼타페가 연 판매량 20만대 수준을 유지하면서 최다 볼륨차종으로 구분된다.
출시 3개월 만에 셀토스의 전체 판매량이 6만대에 육박하고 있고 2021년경에는 글로벌 판매가 36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 내에서 셀토스의 몸값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유 연구원은 "해외 진출의 경우 초기에 그 성과를 측정하기 어려운 게 일반적이나 이번 기아차의 인도시장 진출은 셀토스 덕분에 매우 성공적으로 평가된다"며 "2016년 멕시코 진출과는 다르게 가동 초기부터 법인세 대폭 감면을 통한 경기 부양책이 발표됐고 인도에 진출한 현대차 대비 평균 판매단가가 약 50%가량 높아 이익 회수가 조기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는 비교적 글로벌 자동차 경기 둔화 영향을 덜 받는 시장으로 꼽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덜한 대형 시장에서 셀토스로 브랜드 가치를 높인 기아차가 앞으로 추가 모델을 투입할 가능성이 크다"며 "판매 이후 AS 서비스 등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기아차의 인기는 롱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