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딸 "어머니가 하지도 않은 일을 저 때문에…" vs 檢 "인턴 등 스펙 7개 허위 작성"

입력 2019-11-12 06:40
수정 2019-11-12 07:12


조국 전 법무부 장관(54)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57)가 11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딸의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관련 혐의 등을 추가해 정 교수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딸(28)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과 공주대·단국대 연구 참여, 호텔 인턴 등 7가지 경력사항(스펙)을 허위로 작성해 줬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이 11일 국회에 제출한 정 교수의 공소장에 따르면 정 교수는 자신의 딸과 그의 한영외고 동기 장모씨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을 한 것처럼 허위로 확인서를 만들었다. 공익인권법센터에서 2009년 5월 개최한 '동북아시아의 사형제도' 국제 학술회의 개최를 위해 활동한 적이 없는데도 이 학술회의 기간에 고교 인턴으로 활동했다고 기재한 인턴십 확인서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일부 대학의 인턴 확인서나 호텔 실습 수료증 등은 정 교수가 직접 문서를 만들어 변조까지 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은 이 같은 허위 스펙을 갖고도 딸 조씨가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지 못하자 범행이 더욱 대담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수사결과 정씨는 2013년 3월 딸 조씨가 의전원 입시에 합격하지 못하자 앞서 만든 스펙의 부풀리기에 나섰다.

정씨는 워드 프로그램을 이용해 키스트 인턴 확인서를 새로 만들고,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 경력도 부풀렸다.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의 경우 논문의 수준이 '고등학생이 제1저자로 등재되기에는 너무 수준이 높아' 체험활동 확인서를 인턴십 확인서로 바꿨다. 심지어 부산의 호텔에서 인턴을 했다는 ‘허위 사실’도 기간을 부풀렸다.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을 위조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딸 조씨의 입시에서 동양대 봉사활동 확인서를 냈는데도 탈락하자 아들 명의의 동양대 총장 명의 상장을 이용해 최우수 봉사상을 받은 것처럼 위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소장에는 정 교수가 딸이 호텔경영 관련 학과 지원에 관심을 보이자 워드 프로그램을 이용해 부산의 한 호텔에서 실습·인턴을 한 것처럼 직접 허위 증명서를 만들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정 교수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분자인식연구센터에서 딸이 학부생 연구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내용의 허위 확인서를 2013년 3월에 직접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고, 이 내용 역시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아울러 공주대에서 딸이 조류 배양 등과 관련된 연수와 인턴 활동을 했다는 내용의 허위 체험활동 확인서를 발급해 달라고 대학측에 요청해 생활기록부에 반영되도록 했다는 혐의도 기재됐다.

이 밖에도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수시전형에 활용할 스펙의 내용과 범위를 딸 등과 결정한 다음 자기소개서 경력란에 허위로 적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조 전 장관의 딸은 자기소개서 내용이 사실이라는 서약서에 확인 서명도 했는데, 서울대 의전원 대신 다음 해에 최종 합격한 부산대 의전원 입시도 비슷한 과정을 거친 것으로 공소장에 나타났다.

여기에 딸이 단국대 의대에서 체험활동이 아닌 인턴 활동을 한 것처럼 부풀린 확인서를 작성하고, 동양대에서는 영어영재센터에서 연구보조원으로 활동했다는 허위 내용을 담은 확인서와 총장의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까지 정 교수에게 적용했다. 정 교수가 위조했거나 부풀린 딸의 스펙이 7가지에 이른다. 정 교수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이런 혐의들을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 투자 의혹을 놓고는 동생 명의로 허위 컨설팅 계약을 체결해 사모펀드 운용사 자금 1억5700만원을 횡령한 혐의(업무상 횡령), 미공개 호재성 정보를 이용해 코스닥 상장사인 더블유에프엠(WFM) 주식을 차명으로 취득하고 범죄수익을 은닉한 혐의(자본시장법상 미공개정보 이용, 금융실명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사모펀드 약정 출자금을 부풀려 금융당국에 허위 신고한 혐의(자본시장법상 허위신고) 등 5가지 혐의가 공소장에 포함됐다. 검찰은 지난해 1~11월 정 교수가 총 4차례에 걸쳐 WFM 주식 14만여주를 7억1300만원에 차명 매입했다고 봤다. 당시는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던 때다. 검찰은 정 교수가 공직자윤리법상 재산등록 의무와 주식 백지신탁을 회피하기 위해 차명계좌 6개를 이용해 790여차례 금융거래를 했다고 보고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를 추가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총 3명에게서 명의를 빌려 차명 계좌를 만든 것을 확인했다. 동생 정모씨 계좌 3개, 15년째 단골로 다닌 미용실 헤어디자이너 계좌 1개,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돼 주식·선물투자 정보를 공유하던 A 씨의 계좌 2개다. 검찰은 정 교수가 WFM의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1억6400만원의 불법 수익을 올렸다고 보고 법원에 추징 보전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이날 정 교수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등 총 14개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했다. 이로써 검찰이 지난 8월27일 강제수사에 착수한 지 76일 만에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혔던 정 교수 수사는 일단락됐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이제 아내 사건은 재판을 통해 책임이 가려지게 될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만감이 교차하고 침통하지만 먼저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그는 “저도 조만간 검찰 조사를 받을 것이다. 어떤 혐의일지는 모르나 저에 대한 기소는 이미 예정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며 “참담한 심정이지만 진실이 밝혀지고 저의 명예가 회복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고 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조 전 장관을 공범으로 적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런 허위 확인서 작성의 배경과 관련해 '조 전 장관이 활동하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하게 된 것을 기화로'라는 설명을 공소장에 적었다.

앞서 조 전 장관 딸은 지난달 4일 친문(親文) 성향의 tbs 김어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고려대 입학이 취소된다면) 정말 억울하다, 고졸이 돼도 시험은 다시 치면 되고, 서른에 의사가 못 되면 마흔에 되면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주변에서 어머니가 저를 보호하려고 하지 않은 일들을 다 했다고 할 수 있다고들 한다"고 우려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