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노위 '양극화해소委' 출범했지만…"노동시장 유연성 확보가 근본적 해법"

입력 2019-11-11 17:24
수정 2019-11-12 01:20

“지금 우리 사회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 빠져 있다. 2030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길을 밝혀달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11일 경사노위 산하 ‘양극화 해소와 고용플러스 위원회’(양극화해소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죄수의 딜레마는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한 선택이 결국 자신은 물론 상대방에게도 불리한 결과를 유발하는 상황을 말한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사회적 대화를 하고 있지만 각자의 이익만 내세워 전체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지적으로, 노사 양쪽에 양보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사노위는 이날 서울 광화문 경사노위에서 양극화해소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및 임금격차 해소,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했다.

양극화해소위원회 위원장에는 어수봉 한국기술교육대 교수가 위촉됐다. 어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최저임금위원장을 맡아 이듬해 4월까지 재직했다. 위원으로는 노동계와 경영계 각 4명, 정부(기획재정부, 고용부, 중기부) 3명, 공익위원 5명 등 총 17명으로 구성된다.

양극화해소위원회는 1년간 격주로 회의를 할 예정이다. 필요 시 활동 기간은 연장된다. 주요 의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조합 가입 여부 등으로 갈리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방안이 될 전망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즉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과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점점 확대되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유노조·대기업·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408만9000원인 데 비해 무노조·중소기업·비정규직 근로자는 146만원으로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문 위원장도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기득권만 강화하고 있는 왜곡된 노동시장의 개선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문 위원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987년 이른바 노동자 대투쟁 이후 대기업을 중심으로 노조가 결성돼 임금을 계속 올리고 외환위기로 인한 부담은 중소기업 비정규직에 전가했다”며 “노조로서는 투쟁의 대가를 얻은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양극화를 심화시켰다”고 말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달 각국의 국가경쟁력 지수를 발표하며 한국에 대해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노동시장) 경직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경영계는 사회적 대화가 더 이상 노동계로 기울어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으로 오히려 노동시장 격차가 더 커졌다”며 “해법은 기업 경쟁력을 높여 경제 성장을 도모하는 차원으로, 시장경제 시스템과 조화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중구조를 해소하려면 취약계층의 안정성과 노동시장 상층부의 유연성을 높이는 방안을 같이 논의해야 한다”며 “상대방에게 무엇을 하라는 식이 아니라 노사가 각자 스스로 무엇을 내놓을 수 있는지부터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