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정 원장 "모든 직원이 원팀인 '미래형 병원' 변신 중"

입력 2019-11-11 17:36
수정 2019-11-12 01:43
‘촌지 없는 병원을 만들겠다. 환자를 고객으로 부르는 시대를 열겠다.’ 1994년 11월 9일 삼성서울병원이 문을 열 때 한용철 초대원장이 내세운 목표다. 25년이 지났다. 국내 대학병원에서 촌지는 사라졌다. 환자 중심 병원 문화는 다른 병원들로 퍼졌다. 2015년 10월부터 삼성서울병원장을 맡고 있는 권오정 원장(사진)은 새 화두를 꺼냈다. 미래형 병원과 직원 행복이다. 환자는 물론 직원들도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는 병원문화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함께하는 진료, 함께하는 행복

권 원장은 지난 8일 ‘미래 의료의 중심 SMC(삼성서울병원)’라는 새 비전을 발표했다. ‘함께하는 진료, 함께하는 행복’을 새 슬로건으로 정했다. 모든 구성원의 호칭은 선생님으로 바꿨다. 병원 내 모든 직종이 케어기버(caregiver)다. 환자가 병원을 선택할 때부터 퇴원할 때까지 최상의 치료 성과를 내는 전문가라는 의미다. 환자를 만나는 모든 직원이 한 팀이 돼 환자를 돌본다는 뜻도 담겼다.

권 원장은 “병원 내 수직적인 문화에서 벗어나 직원 모두 행복한 병원이 될 것”이라며 “의사, 간호사는 물론 보안직원, 청소근로자 등 전문가들이 케어기버가 돼 환자 치료를 돕는 문화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그는 “월요일에 출근하고 싶고 금요일에 퇴근하기 싫은 직장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직원이 자존심과 자긍심을 갖고 환자를 돌보는 문화를 안착시키겠다는 것이다.

25년간 환자 중심 가치 전파

권 원장은 삼성서울병원이 문 열기 전인 1991년 개원팀에 합류했다. 당시 한 초대원장은 개원 준비를 위해 국내 병원 주니어급 의사를 뽑아 해외로 3년씩 연수를 보냈다. 권 원장은 김덕경 순환기내과 교수와 함께 연수를 떠난 1호 교수다.

영국 연수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병원 문을 연 뒤엔 모두 한마음으로 환자를 돌봤다. 직종은 물론 부서 이기주의도 없었다. 그는 “다른 병원이 3시간에 150~200명씩 환자를 돌볼 때 의료질을 높인다는 취지로 15분 진료를 했다”며 “촌지 관행을 없애기 위해 의국비를 병원이 부담하고 의사들의 학회비까지 지원한 것은 삼성서울병원이 처음”이라고 했다.

촌지 없는 병원 문화는 다른 병원으로 퍼졌다. 환자 중심 가치도 마찬가지다. 권 원장은 “1994년 당시 병원 문화는 병원과 의료진 중심이었다”며 “삼성서울병원이 생기면서 환자가 고객이 됐다”고 했다.

5G 활용한 스마트병원 구축

병원 내 시스템도 바꿨다. 세계 최대 규모 의료영상전송시스템(PACS)을 도입했다. 국내 처음으로 통원수술센터도 열었다. 삼성서울병원은 국립암센터와 함께 국내 두 곳뿐인 양성자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환자의 고통을 줄이며 치료 효과를 높이는 방법을 찾고 있다. 지난 9월에는 5세대(5G) 스마트 혁신 병원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양성자센터와 방사선종양학과, 병리과 등을 실시간으로 연결해 환자 치료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또 대용량 병리검사 데이터가 자유롭게 오가는 디지털 병리 시스템을 구축한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영상 판독 효과를 높이는 방안도 도입할 계획이다.

본관과 별관 리모델링을 통해 수술실 공간을 늘리고 병원 동선을 효율적으로 바꿀 계획이다. 5G 기술을 활용해 환자가 의료진과 영상 상담을 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소아암·안면기형 환자 돕기, 인공와우 지원사업 등 사회공헌 활동도 이어갈 계획이다. 환자 쏠림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다. 권 원장은 “많은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된 것은 좋은 점이지만 환자가 너무 몰려 역효과도 나고 있다”며 “(해결을 위해) 진료 파트를 특성화, 전문화해 중증 환자 위주로 치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증 질환이 해결되면 협력 네트워크 병원으로 환자를 보내는 등 지역 의료기관, 동네 의원 모두 상생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