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 사태’가 터진 뒤 고객에게 펀드를 권유한 우리은행 일선 프라이빗뱅커(PB)들은 “본사가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본사 지침에 따라 열심히 펀드를 판 죄밖에 없는데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고객들의 ‘욕받이’로 내몰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리은행이 최근 일선 영업점에 배포한 라임사태 사후 대응 지침에 따르면 ‘고객이 개인적 변상 등 대책을 요청하더라도 현 단계에서 책임을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운용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점 △당행도 최선을 다해 신속한 고객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 등을 설명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일선 영업점의 한 PB팀장은 “사태가 터진 직후 (라임 펀드 평가를 맡은) 본사 상품개발팀이 피해 고객 담당 PB들을 대상으로 관련 설명회를 열었는데 마치 라임운용 기자간담회인 줄 알았다”며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본사 담당자들의 모습에 고객 앞에서 죄인일 수밖에 없는 PB들조차 크게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은행이 영업점 직원들의 불완전판매 정황을 인지하고도 자체 진상 조사보다 향후 제기될 소송 대비에만 주력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우리은행은 해당 지침에서 “(고객들이 담당 판매직원보다)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며 “은행과 직원을 공동 피고로 소송이 제기되더라도 직원이 고객에게 배상한 사례는 없으며 (은행 측) 변호사가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