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은 지난달 초 라임자산운용 펀드가 전면 환매 중단된 이후에도 가입 기간에 발생하는 판매보수를 꼬박꼬박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의 라임 펀드 판매보수는 라임이 받는 운용보수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10일 “운용사 사정으로 환매가 중단됐지만 아직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펀드에는 판매보수가 정상적으로 책정되고 있다”며 “판매사와 협의해 판매보수를 인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펀드에 가입할 때 발생하는 비용은 수수료와 보수로 나뉜다. 수수료는 판매수수료와 중도환매수수료가 있는데 각 시점에 일회성으로 책정된다. 보수는 가입 기간 일할 계산되며 특정 기간(6개월, 1년 등)이나 최종 환매 시점에 정산된다. 보수에는 운용보수와 판매보수, 사무보수, 수탁보수, 평가보수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운용사가 가져가는 운용보수와 판매사 몫인 판매보수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은행은 라임 펀드를 팔면서 판매수수료로만 1.0% 안팎을 가져갔다. 6개월짜리 펀드를 1년에 두 번 팔아 연간 최대 2.0%까지 챙길 수 있다. 선취 수수료가 낮은 개방형 펀드 등에는 별도 판매보수로 연 0.2% 안팎을 일별로 계산해 부과하고 있다. 펀드를 운용하는 라임운용(연 0.4%)보다 두세 배가량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셈이다.
우리은행은 라임 펀드를 서울 강남지역 핵심 고객뿐 아니라 강북, 수도권 외곽, 경남 고객들에게 집중적으로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고객을 유치하면서 “라임 펀드가 투자하는 자산이 주로 채권이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식으로 영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우리은행 프라이빗뱅커(PB)는 “고객들에게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팔아야 하는데 본사 상품팀은 선취수수료가 높은 만기가 짧은 상품 판매를 대놓고 요구했다”며 “독일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라임 사태 모두 그렇게 터진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일반 영업점 직원들은 경직된 조직문화 탓에 제대로 항명도 못 하고 시키는 대로 펀드를 판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의 한 영업점 직원은 “실적도 실적이지만 윗사람 지시를 거부하다간 한직으로 쫓겨나는 등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며 “탐탁지 않아도 본사 상품팀이 지시하는 상품은 무조건 팔아야 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