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여자 투어 중 하나로 불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올해 신인 선수가 거둔 우승 수만 8승. 이처럼 우승은 누구에겐 쉽게 찾아오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들 뒤엔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99%의 선수들이 존재한다. 이들 역시 정규투어에서 뛰는 프로골퍼가 될 수 있는 1% 미만의 확률을 뚫고 온 선수들이다. 그만큼 우승의 벽은 멀고도 높다.
◆237개 대회만에 ‘눈물의 우승’
안송이(29·KB금융그룹) 역시 우승 없이 사라지는 99%에 가까웠다. 2008년 KLPGA에 입회했고 2010시즌에 정규투어 무대를 밟았다. 투어 10년차로서 올 시즌을 포함해 236개 대회를 뛰고도 단 한 번의 우승과 연을 맺지 못했다. 그동안 준우승은 3번, 톱5는 15차례, 톱10에는 38차례나 기록했다.
10일 천안 우정힐스CC(파72·6632야드)에서 열린 ADT캡스챔피언십(총상금 6억원). 237번째 대회만에 드디어 안송이가 눈물을 터뜨렸다. 모두가 예상하지 못했던 우승의 눈물이었다. 안송이는 버디 3개와 보기 2개로 1타를 줄였고 최종합계 9언더파 207타를 적어내 우승을 차지했다. 8언더파를 쳐 2위에 오른 이가영(20)을 1타 차로 물리쳤다. 237개 대회만의 우승은 KLPGA투어 ‘역대 최다 출전 우승’ 신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지난해 우승을 차지한 박소연(27)의 167개 대회였다. 눈물을 쏟아낸 안송이는 “내가 정말 우승했냐”고 되물으며 쏟아지는 동료들의 축하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1타 차 선두로 출발한 안송이는 중반까지 경쟁자들의 추격을 받았다. 박민지(21)가 전반에만 3타를 줄이며 쫓아왔고 이가영도 전반에 1타를 줄이며 따라왔다.
박민지가 후반 타수를 줄이지 못했고 우승 경쟁은 안송이와 이가영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안송이는 1타 뒤지던 16번홀(파3)에서 버디를 낚아채며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안송이는 17번홀(파4)을 파로 막았고 이 홀에서 이가영이 3온 후에 파 퍼트를 놓치면서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이가영이 2.5m 버디 퍼트를 놓치면서 파를 잡은 안송이의 우승이 확정됐다.
◆최혜진, 최종전서 ‘전관왕’ 확정
최종전까지 안갯속에 가려졌던 상금과 평균타수 1위는 최혜진(20)에게 돌아갔다. 최혜진은 이번 주 최종합계 3오버파로 부진했지만 역전을 위해 준우승 이상이 필요했던 장하나가 4언더파 공동8위에 머물면서 최혜진의 수상이 확정됐다.
이로써 최혜진은 이 대회 전 최소 공동 수상 이상을 확정했던 다승과 대상포인트에 상금, 평균타수를 더해 4관왕에 등극했다. 주요 타이틀 중 조아연(19)에게 돌아간 신인상을 제외한 ‘전관왕’이다. KLPGA투어에서 4관왕이 배출된 건 2017년 ‘핫식스’ 이정은(23) 이후 2년 만이다.
최혜진은 “올 한 해 열심히 한만큼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해 정말 기분이 좋다”며 “(이 대회 결과에 따라) 장하나에게 (상금과 평균 타수에서) 뒤집힐 수 있다는 이야기를 기사 등을 통해 접했고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극적으로 받게 돼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천안=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